제17대 대선의 투표율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원인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일방적 우세로 진행된 '재미없는' 대선판도 때문이란 것이 일치된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19일 오전 9시 현재 투표율은 9.4%로, 이는 지난 97년 대선 당시 같은 시간대 투표율 11.6%는 물론이고 사상 최저 투표율을 보였던 2002년 대선의 10.7%보다도 1.3% 포인트가 낮다. 투표가 이런 추세로 진행된다면 당초 예상했던 65% 안팎의 투표율은 고사하고 최악의 경우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60% 선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낮은 투표율은 일찌감치 예상됐었다. 선관위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층은 67%로 2002년 같은 시점에서 조사한 결과(80.5%)보다 13.5% 포인트나 감소했다. 또 유권자 수는 2002년보다 270만 명가량 늘었지만 부재자투표 신청자 수는 오히려 5만 6천 명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는 바람에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선거가 박빙 승부로 진행되어 결과의 예측 가능성이 낮을수록 투표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누가 당선될지 명확해지면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번 대선은 바로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선거전이 BBK 주가조작 의혹사건 등을 놓고 각 후보 간 네거티브공방이 격화됨에 따라 유권자의 정치 혐오증을 키운 것도 투표율 저하의 큰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선거 막판에 터진 이명박 후보의 광운대 강연 동영상 공개와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 통과의 효과는 고정지지층 결집에 따른 투표율 증가와 부동층 증가로 인한 투표율 하락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지만, 투표율 저하의 요인으로 더 많이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정치에 대한 전반적인 무관심 현상이 확산되면서 선거 막판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10% 이상 나오고 있는 부분도 한 요인이다. 또 젊은층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한 살 낮췄지만 정작 젊은층의 투표 참여도가 낮아 투표율 증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율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하게 나타나자 각 읍·면·동사무소를 통한 행정 방송과 차량 방송, 아파트 구내방송 등을 이용한 투표독려에 주력할 것을 지역 선관위에 긴급 지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6시까지 공정성 시비를 비롯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표소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역대 대선을 보면 정오가 지나면서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몰려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 대선도 오후에 투표율이 높아지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오전이긴 하지만 이번 대선 투표율이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어 애초 예상했던 65% 안팎의 투표율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향후 5년의 대한민국을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투표소로 향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경훈기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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