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요일 오랜만에 산에 갔다. 지리산 주능선이 건너다 보이는 함양 삼봉산 정상에서 만난 산악인들과 점심을 먹으며 후식으로 가져간 사과를 내놓았다. 일행 중에 한 분이 "어디 사과인지 참 맛있다."고 하기에 "우박을 맞은 사과"라고 하니 다른 일행이 "아! 그 '보조개사과'냐?"고 물었다. 그 순간 나의 입에서 "'보조개사과'를 어떻게 아시느냐."는 말이 튀어나오면서 내 머릿속에는 지나간 6개월이 활동사진처럼 떠올랐다.
지난 6월 8일 경북 북부지역에 직경 0.5∼1㎝의 우박이 쏟아져 열매솎기를 끝낸 사과밭은 폐허로 변했다. 과수원을 방문하였을 때 우박에 맞아 반쯤 떨어져 나간 사과를 붙잡고 평생 이런 우박은 처음이라며 황망해하는 농업인들을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내년 농사를 위해 상처입은 열매를 따내지 못하고 달아 놓아야하는 농업인들의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가을이 되자 사과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며 익어갔다. 우박을 맞았지만 수확한 사과를 팔아야 하는데 과연 소비자들이 판매대에서 쉽게 선택할 것인가? '우박사과'란 말보다 고상한 이름을 붙이고 시식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맛을 보이기로 판매전략을 수립했다. 직원들과 논의 끝에 '하늘이 만든 보조개사과'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보조개사과'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알릴까 걱정하던 차에 매일신문사가 해결해 주었다. 지난 10월 29일 매일신문사와 '우박피해사과 팔아주기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우박피해농가의 수확을 돕고 '보조개사과'를 알리기 위해 도시민을 대상으로 '우박사과 수확체험행사'를 실시했다. 포항 죽장으로 출발하는 버스에서 행사취지를 설명하자 참석한 아주머니께서 하신 "이름이 참 예쁘다."는 말을 듣고 희망을 가졌다.
11월 12일부터 판매행사를 시작하자 많은 기관·단체들이 참여해 주었다. 매일신문에 보도가 되면 그날부터 며칠간은 주문전화가 폭주하여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또한 한번 먹어 본 소비자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이웃에도 자랑하여 몇 번이나 주문을 하였고 이렇게 입소문이 나자 전국 각지에서 '보조개사과'를 찾았다. 이제 '우박맞은 사과'가 '보조개사과'라는 브랜드로 탄생한 것이다.
판매를 위해 기관이나 기업체를 방문했을 때 따뜻하게 맞아줄 뿐만 아니라 내 일처럼 챙겨준 분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삼성전자에서는 '부모님께 사과보내기'캠페인까지 제안했다.
이렇게 농협을 통해 판매된 우박사과는 4만 2천여 상자(10kg 들이)나 된다. 피해를 당한 농업인에게 흡족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매일신문을 비롯한 언론사와 행정기관, 기업체, 사회단체, 일반시민까지 모든 분들이 도와주신 덕택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 주위에는 농업·농촌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해답이 없는 곳에는 문제도 없다'는 말이 있다. FTA대책, 농작물재해보험 보완 등 우리 주위에는 산적한 농업관련 현안이 많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행정을 비롯한 농협 등 관련 기관들이 지혜를 짜 모아 실천해야 할 몫이다.
우박피해사과 판매행사를 마무리한 지금도 많은 분들이 '보조개사과'를 찾는다. '보조개사과'는 사과를 판매하는 마케팅이 아닌 수많은 국민들이 참여한 농촌사랑 실천운동의 상징이다.
이런 농촌사랑운동을 몸소 실천에 옮겨주신 관계기관, 기업체, 시민 여러분 그리고 매일신문사에 농협 직원을 대변해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
우박 피해로 시름에 잠긴 농업인들은 다시금 용기를 내시어 내년에는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새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늘이시여, 이제 더 이상 우박은 내리지 마소서!
이종우 농협 경북지역본부 유통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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