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써 비(非)한나라당과 출마후보들은 거센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범여권에서는 저조한 득표율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 등의 구심력이 약화됨으로써 이합집산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 국민중심당과 연대했던 이회창 후보의 신당 창당행보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도 예상밖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함으로써 비상이 걸렸다.
BBK 특검은 이명박 당선자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으나, 범여권의 참패로 화력(火力)이 약화될 수 있다. 범여권이 내년 4월 총선 전략차원에서 이 당선자를 겨냥한 공세에 주력할 수 있으나 자칫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 때와 같은 역풍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압승'했다는 점이 총선에서는 집권여당에 대한 견제심리로 작용, 한나라당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범여권에서는 총선을 겨냥, 당 체제 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하순 전당대회를 예정하고 있는 신당의 경우, 정 후보에 대한 대선패배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으며, 이와 맞물려 지도체제 구성문제를 놓고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당내 후보경선에서 2위를 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게될지, 그리고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한 친노(親盧·친 노무현) 세력이 당내 잔류와 탈당 후 독자세력화 중 어느 쪽을 모색할 것인지가 당의 향후 진로 및 정체성 문제와 맞물려 주목된다.
민주당은 대선 직전 당 소속인사들이 신당 혹은 한나라당 등으로 뿔뿔이 흩어짐으로써 당의 존폐위기까지 나타난데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인제 후보가 1%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함으로써 분열 양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텃밭으로 간주해 왔던 호남권을 신당에 맞서 계속 사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같은 맥락에서 신당과의 당대 당 통합 혹은 개별적인 입당 등으로 범여권의 역학관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범여권의 재편과정에는 특히 총선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신당이나 민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범여권의 주도권이 갈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호남권을 둘러싸고 양당 간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창조한국당의 경우 대선에서처럼 독자 세력화를 계속 모색할 것인지, 아니면 범여권 이합집산 과정에 가세할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 대선보다 저조한 득표를 했던 민노당도 총선을 겨냥한 전략마련과 체제정비 문제 등을 놓고 내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대선을 통해 개혁세력이 급격히 퇴조한 반면, 보수세력은 급부상한 셈이며 이 같은 기류가 총선에서도 계속 유지될지 여부가 차기 정부의 순항 여부와도 맞물릴 수 있다.
국민중심당을 토대로 신당 창당에 나서기로 했던 이회창 후보는 출신지인 충청권에서조차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함으로써 내년 총선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후보에 이어 3위로 뒤처짐으로써 한나라당에 맞설 보수신당 창당의 명분이 약화된데다, 이명박 당선자의 압승으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군소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범여권과 한나라당의 체제정비 과정에서 진통이 거듭되고 '이회창 신당'이 세력 연대를 모색할 수 있게 된다면, 총선을 통해 주요 정당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편 한나라당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의 당내 위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꼽히고 있으며, 총선 이후로 예정됐던 지도부 개편시기를 조기화하는 문제까지 맞물릴 경우 당내 세력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 당선자가 압승한 게 오히려 총선에서는 부담으로 작용, 집권에 따른 프리미엄 효과보다는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 당선자로서는 정국운영에 대한 자신감에다 정치권 개혁의지 등을 토대로 한나라당에 대해 대폭적인 후보공천 물갈이를 단행할 수 있을 것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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