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創業과 守成

중국 역사는 唐(당) 태종의 시대를 貞觀之治(정관의 치)라 하며 태평성세의 거울로 삼는다. 태종이 군신들에게 물었다. '창업과 守成(수성)은 어느 편이 어려운가'-태종과 함께 백사일생의 위기를 거쳐 온 창업공신 방현령은 창업의 어려움을 말했다. 그러나 위징은 제왕은 어려운 처지에서 얻지만 안일한 가운데 잃는 법이라며 수성을 강조했다. 태종은 교만과 사치는 부귀에서 생기고 화란은 방심에서 비롯된다며 위징의 말에 동감했다.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내일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말이었다.

양귀비의 교태에 빠져 파멸한 당 현종도 초기에는 성세의 군주였다. 그에게는 충신의 쓴 소리를 마다 않는 귀가 열려 있었다. 재상 한휴는 황제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마다 않고 잘못을 질타했다. 현종 또한 잔치나 사냥놀이가 지나치다 싶으면 '한휴가 아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신하들이 한휴를 버리라고 권했다. 그러나 현종은 '한휴의 말에 나는 말랐지만 천하는 살쪘다. 한휴의 말을 듣고 자리에 누우면 편히 잠이든다'며 간언을 달게 여겼다.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평정한 유방은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 시경과 서경을 배웠다. 전장에서 뼈가 굵은 그에게 글은 따분했다. '馬上(마상)에서 천하를 쥐었는데 시경 따위는 번거로울 뿐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하고 불평했다. 그러자 글을 강의하던 육가는 '마상에서 천하를 쥐었지만 마상에서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다'며 제왕의 길을 가르쳤다.

業(업)을 이루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더 어렵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숱한 기업들이 이름 없이 사라져갔고 화려했던 권력들은 추하게 변색되곤 했다. 정점의 코밑에서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진 정치 지도자들도 많다. 파멸은 시작이 아니라 이룩된 뒤에야 다가오는 모양이다.

중국 선종의 역사에서 육조 혜능 다음으로 중요한 馬祖道一(마조도일)이 고향을 찾아 환대를 받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옆집 살던 노파가 이렇게 말했다. '대단한 분이 오셨는가 했더니만 청소부 마가네 꼬마녀석이잖아.'

숱한 역경을 헤치고 새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했다. 깨친 뒤의 마조가 마가네 꼬마녀석이 아니었듯 새 당선자는 이제 더 이상 한 정파의 지도자가 아니다. 이제 그의 눈과 귀는 창업의 어려움을 듣고 외기보다는 가시밭길 속에서 수성의 길을 찾기위해 열려야 하지 않을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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