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만성운동장애 '뚜렛장애'-눈깜빡, 코실룩거림 뇌에 원인

기저핵, 신경전달 물질 이상 약물치료 효과

주변에서 심심찮게 만나는 사람들 중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눈을 깜박거리거나 눈동자를 돌리거나 아니면 얼굴근육이나 코를 실룩거리는가 하면 어깨를 들썩이거나 고개를 갑자기 젖히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헛기침을 자주 하거나 코를 킁킁거리고 심지어 이상한 동물소리를 내기도 하며 상스런 욕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는 사람들도 있다.

상식적인 면에서 대개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틱 현상'이 있다고 말을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배 근육에 갑자기 힘을 주게 되고 다리가 올라가는 근육 틱과 이상한 소리를 내게 되는 음성 틱이 1년 이상 계속될 때는 특별히 '뚜렛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뚜렛장애의 영향=만성적인 운동장애의 일종인 뚜렛장애는 주로 학동기인 만 7~11세 상이 나타나며 남아가 3~4배 정도 많다. 최근 역학조사에서는 학동기 아동의 1~3%에서 이 장애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발병하면 오랫동안 지속되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성인이 되면 약 80~90%에서 증상이 좋아지지만 나머지는 오히려 악화될 수가 있다. 계절이나 장소, 정서적, 신체적 상태에 따라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뚜렛장애가 증상 그 자체만으로도 학업, 사회생활,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아이들은 또래들에게서 놀림을 받아 학업이나 정서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할 뿐 아니라 강박증,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불안장애, 충동조절 장애 같은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왜 생기나=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나 신체의 기가 약해져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적어도 현재까지 과학적 연구결과로는 이 둘과 아무런 연관성은 없다.

뚜렛장애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뇌다. 따라서 이에 대한 모든 현대적 연구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생화학적, 유전적 이상에 집중된다.

뇌의 중심에는 '기저핵'이라는 부분이 있다. 기저핵은 개인의 움직임, 의지, 욕구를 받아들이고 감정이나 기억에서 오는 신호를 이용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만큼 행동하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감정과 사고, 실행기능을 조절하는 다른 뇌 부위와도 연결돼 있다.

때문에 기저핵과 부근 신경회로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틱이 발생하고 인접 부위에도 영향을 줘 강박증 등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생화학적인 원인으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 있다. 집중력, 운동기능 조절, 쾌감과 각성 조절에 관여하는 도파민의 생성과 조절에 이상이 생겨도 뚜렛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치료법은=가장 확실한 치료는 약물치료이다. 뚜렛장애가 뇌의 기능적, 생화학적인 이상에서 발생하므로 치료도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을 교정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되고 따라서 약물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약물은 부작용이나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으나 2000년대 이후 효과가 좋은 다양한 약물이 개발돼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뚜렛장애가 어떤 병인지를 알고 어떤 행동이 뚜렛인지를 인식함으로써 스스로 억제하는 훈련을 쌓는 인지행동치료법이 있다. 동물울음소리를 내는 음성 틱을 그 보다는 덜 이상한 기침소리로 바꾸는 훈련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보험적용이 안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국내에선 잘 시도되지 않는다.

또한 전체 환자의 약 5~10%정도의 환자들에게서는 증상이 심하면서도 치료저항성이 강한 뚜렛장애를 보인다. 이 경우는 뇌수술을 시행할 수가 있다.

수술법은 뚜렛의 원인이 되는 회로를 차단하는 방법과 뇌의 특정 부위에 기구를 삽입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극을 주는 심부 뇌자극 요법을 시술하기도 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 수술이 시도된 바가 없지만 외국의 경우 활발하게 시도돼 극적인 증상의 호전을 보이기도 한다.

도움말=영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서완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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