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쯤이면 슬그머니 나를 미소짓게 하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지금은 두 아이가 다 대학생이 되어 먼 곳에서 학교를 다니지만 남매가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하루 전날 나는 남매와 함께 부직포를 사다가 꿰매서 산타할아버지께 받을 '선물 양말 꾸러미'를 크고 예쁘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리고 산타할아버지 대신 아이들 모르게 줄 선물을 혼자 쇼핑해서 몰래 장롱에 감춰놓고 산타를 만나 보겠다면서 밤을 꼬박 새우겠다는 남매가 곤히 잠에 빠져들면 새벽녘에 선물 양말 속에 준비한 장난감과 왼손으로 삐뚤 빼뚤하게 쓴 편지를 집어넣어 두었지요.
'내년에도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 아빠 말씀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라.'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남매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양말 속부터 뒤져보고 '산타할아버지가 왔다 가셨다.'면서 함박웃음을 짓곤 했었답니다.
남매가 그때만 해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너무 신기해하고 의심이 전혀 없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연극 아닌 연극'을 하기도 꽤나 힘이 들더군요.
어느 날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산타할아버지는 없는 거래. 그냥 이야기 속에 나오는 가짜 할아버지래." "누가 그러던? 산타할아버지가 없으면 편지는 누가 쓰고 선물은 누가 주는 거니?" "친구들이 그러는데 그건 엄마 아빠가 우리 잘 때 준비해 놨다가 몰래 넣어주는 거라던데." "아니야. 그런 게 어딨어? 엄마는 그런 선물 사러 나가지도 않았고. 편지에 쓴 글씨가 엄마 글씨니?" 옆에서 듣고 있던 남동생까지도 나를 거들어 한마디를 합니다.
"누나, 맞아. 엄마 글씨는 그렇게 삐뚤 빼뚤 안 하잖아."
두 아이를 속이는 재미에 장난기도 발동했지만 순수한 동심을 오래 오래 간직해 주고 싶은 마음에 나의 거짓말은 스스럼없었고 아이들은 그런 나의 언변술에 또 한번 넘어가게 된 거지요.
지금 남매가 다 커서 하는 말이 "엄마, 난 진짜 중학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산타할아버지를 정말 믿었다니까요. 저도 참 바보죠?" 이러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우습기도 하고 순진했던 아이가 예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세월을 살아가면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다 갖고 있겠지요?
푸른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도 없이 너무 바쁜 일상을 쫓기듯 사는 우리네 삶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더 인색하게 만들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우리 가족은 꼭 그때 그 추억을 들먹이며 한바탕 웃으며 행복해 한답니다.
권미영(대구시 동구 방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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