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군복무 중인 스물세 살 된 우리 아들 녀석은 꽤 커서까지 산타가 있다고 믿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 스무 살이 넘어서 내가 넌지시 "너 솔직히 말해봐. 산타가 없다는 거 언제 알았어?"하고 물었더니 "엄마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까지도 믿었을 걸요?"했다.
아들과 산타와의 몇 가지 추억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아들 녀석이 처음 한글을 깨우친 여섯 살 때, 녀석은 삐뚤삐뚤한 글씨로, "산타할아버지 너무 비싼 걸 달라고 해서 죄송해요. 천 원으로 차비 하세요."라고 적힌 편지와 돈 천 원을 현관 앞에 두었다. 다음날, 레고와 함께 "루돌프가 썰매를 끌어줘서 차비는 필요 없으니 돈도 너 가져라."라는 산타의 편지를 보고 감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다음해 녀석은 토끼인형을 사서 편지와 함께 놓아 두었는데, "작년에 돈을 안 받으셔서 선물을 샀으니 이번엔 꼭 가져 가셔요."라고 적혀 있었다. 그 토끼 인형은 검은 비닐에 싸여 오랫동안 장롱 깊숙이 숨겨져 있다가 지금은 주인 없는 아들의 빈방을 지키고 있다.
학교에 들어간 후, "엄마 애들이 자꾸 산타는 없대요. 있는 거 맞죠? 해서 "민호야 산타는 믿는 사람에겐 있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없어 엄마는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산타는 있다고 믿어."라고 했다. 나는 아들이 바보 소리는 들을망정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바람대로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준 우리 아들이 내게는 산타가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싶다.
남성숙(대구시 북구 침산3동)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