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에는 일식 예측이 1각(15분) 틀렸다는 이유로 일기예보 담당 관리인에게 곤장을 친 사실을 적고 있다. 요즘처럼 정확한 시계도 없던 시절 15분이 뭐 그리 중요했을까. 그러나 세종은 15분의 오차를 고치기 위해 새 역법 제작에 나섰다. 그때까지 중국의 역법을 빌려 쓰고 있었다. 독자적인 관측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천문대에 간의대를 설치하고 그곳에 간의, 혼천의, 소간의 등 새로 제작한 천문관측 기구를 놓아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21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15분의 오차를 고치기 위해 21년에 걸친 엄청난 에너지를 무릅썼던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은 삶을 바꾸는 틀이다. 아이작 뉴턴은 "나는 진리의 바닷가에서 조개를 주운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진리는 무한하다."고 했다. 생활 속에 과학은 무한하다.
과학 관련 서적이 두 권 출간됐다. 하나는 우리 과학의 우수성을 문화유산을 통해 풀어 본 '우리과학의 수수께끼2'(한겨레출판 펴냄)와 우리 몸을 통해 본 의·과학 탐험기 '내 몸안의 과학'(효형출판 펴냄)이다.
'우리 과학의 수수께끼2'는 지난해 가을학기 카이스트에서 신동원 교수의 동명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 37명이 공동 작업한 과학물이다. 1탄에 이어 금속활자, 천상열차분야지도, 칠정산내외편, 최한기의 기학, 풍수지리, 정약전의 자산어보, 거북선, 측우기까지 학계 안팎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는 8가지 주제를 선정해 조상들의 과학적 성취와 최신 연구 상황을 추적한다.
학생들이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발로 유물의 자취를 추적하면서 '왜?'라는 물음을 집요하게 추궁해나간 흔적들이 곳곳에 엿보인다.
정약용의 '자산어보'에는 왜 그림이 없을까라는 물음이 대표적이다. 흑산도 근해의 해양생물 226종을 망라한 조선 최고의 어류 백과사전 '자산어보'. 거기에 물고기 그림이 없다. 정약용의 그림 솜씨가 형편이 없었을까. 그가 남긴 그림에서 보듯 정약용의 그림 솜씨는 매우 뛰어났다. '화조도'나 '영모도'를 보면 그 섬세함에 놀라게 된다.
정약용의 '여유당전서'에 당시 회화 풍습까지 밝혀가면서 그림보다 세세한 부분까지 글로 묘사한 이유를 적고 있다.
'금속 활자는 고려에서 처음 만들었을까?' '평면에 펼쳐놓은 하늘 그림의 용도는?' '최한기는 왜 서양과학을 배웠을까?' '풍수지리는 과학인가?' '거북선은 철갑선이었을까?' '측우기로 눈의 양도 쟀을까?' 등 기존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참신한 발상과 학생들 스스로 사유한, 새로운 시선의 우리 문화유산의 과학 탐험기이다. 324쪽. 1만 3천 원.
연세대 의대교수인 예병일 씨가 지은 '내 몸 안의 과학'은 우리의 육체를 지도 삼아 떠나는 의·과학 탐험기이다. 우리 몸은 과학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상이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은 과학기술 발전의 강력한 동력이자 절대 목표였다.
두개골 수술을 처음 시도한 원시시대부터 히포크라테스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 인간 해부를 둘러싼 교회와 과학자 간의 한판 전쟁이 벌어졌던 중세,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가 시작된 현대까지 과학과 의학의 흥미진진한 흐름이 펼쳐진다.
이 책은 역사와 철학, 예술을 넘나들며 우리 몸의 신비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신체 각 영역에 따라 뇌, 내장기관, 피부, 성, 얼굴 등 몸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살피고 있다. 특히 우리 의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뇌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정신병 환자의 뇌 일부를 절제하면 정상으로 돌아올까. 포르투갈의 신경병리학자 모니스는 1935년 11월 실제로 수술을 감행했다.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던 여자 환자의 두개골 양쪽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알코올을 투입한 뒤 뇌엽 부분을 절제했다. 그는 이 업적으로 194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1939년부터 1951년 사이에 미국에서만 1만 8천 건이 시술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치료율은 3분의 1 정도. 이는 치료 없이 회복되는 경우와 비슷했다. 그러나 몇몇 국가에서 이 치료는 일종의 행동 교정술로 악용되기도 했다. 유명한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맥 머피(잭 니콜슨)에게 시술된 것처럼 말이다. 367쪽. 1만 3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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