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크리스마스 실, 뜻은 좋지만 강매는 좀…"

학생 모금 불만 목소리

초교생 아들(11)을 키우고 있는 안준호(가명·40) 씨는 해마다 아들이 학교에서 사오는 크리스마스실을 볼 때마다 의아하다.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대신하게 된 지 오래여서 크리스마스 실을 거의 사용할 데가 없는데도 학교에선 해마다 어김없이 결핵퇴치기금 명목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것. 안 씨는 "결핵퇴치사업의 일환으로 성금을 모으는 것은 좋지만 불필요한 크리스마스실을 학교에서 반강제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차라리 암 등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바꾸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결핵 예방법에 따라 결핵퇴치사업 기금조성을 위해 해마다 연말이면 학교와 관공서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 크리스마스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적잖다. 크리스마스 실 사용처가 마땅치 않은 데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결핵 치료비가 지원되는데도 성금을 모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실제로 결핵 환자의 치료비는 매달 1만 원에서 5만 원 선으로 다른 질병에 비해 비교적 적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1차 치료의 경우 보건소에서 6개월간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치료비 부담도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결핵 환자까지 줄고 있어 결핵퇴치운동에 적잖은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대한결핵협회는 해마다 결핵 홍보 및 예방, 조사 연구를 위해 들어가는 사업비 66억 원을 정부가 전혀 지원해주지 않아 크리스마스실 판매 등 성금 모금으로 이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20, 30대를 중심으로 퍼지는 다제내성결핵균의 경우 치료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협회는 크리스마스실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을 반영, 이메일에 실을 첨부해 사용하거나 휴대전화로 실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모바일실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또 휴대전화에 부착하는 전자파 차단 스티커실 등 사용처도 다변화시키고 있다는 것. 정석영 대한결핵협회 홍보팀장은 "중앙부처가 복지 예산으로 사용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성금으로 결핵퇴치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엔 66억 원의 예산 중 90%밖에 모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마스실은 1932년 캐나다 선교사인 셔우드 홀이 전염성이 강한 결핵을 퇴치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처음 사용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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