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不信 키우는 엉터리 미술품 감정

古美術品(고미술품) 鑑定(감정)에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는 한국고미술협회의 감정위원이 싸구려 모조품을 100억원대 진품으로 둔갑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이 협회 부회장이자 감정위원인 정모씨는 1천만 원을 받고 몇십만원짜리 모조품 불상 2점을 100억원대의 중국 明代(명대) 작품으로 판정해 준 것이다. 그것도 3년전 자신이 모조품으로 감정했던 것을 스스로 뒤집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외에도 몇 명의 감정위원들이 더 이 사건에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하니 기가 막힌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이나 다름없다.

작품의 眞僞(진위)나 가치를 판정하는 감정은 어디까지나 진실에 엄정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감정위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실성과 객관성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애초 모조품으로 감정됐던 것이 180도로 번복됐다. 그럴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왜 감정 결과가 바뀌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고미술협회는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모순된 감정 증서를 발급했다. 고미술협회의 감정 절차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러지 않아도 바로 얼마전 국내 미술계는 한국고서연구회 김용수 고문이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작품이라며 내놓은 그림 2천800여 점이 모두 僞作(위작)으로 판명나는 미증유의 사건을 겪었다. 미술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가짜' 사건이 터지는지 안타깝다.

위작 사태에 이은 이번 감정 사건은 미술 애호가들로 하여금 미술품 감정에 대한 전문가의 감정조차 쉬 믿지못할만큼 불신의 골을 깊게 할 우려가 크다. 이는 곧 미술시장의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 한해는 미술품 경매 활황 등 국내 미술계가 10여년간의 오랜 침체끝에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번 사건은 가까스로 활기를 되찾는 미술시장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악재다.

미술계는 이번 엉터리 감정사건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돈에 눈멀어 감정 결과를 멋대로 조작하는 후안무치한 자들을 걸러내는 自淨(자정) 노력과 함께 수준높고 정직한 감정 전문가 육성으로 미술 애호가들의 불신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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