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조자근 경북도 다문화가정 담당

"도와준 결혼이주여성 잘살때 가슴 뿌듯"

조자근(56) 경북도 다문화가정 담당은 요즘 병원 갈 일이 부쩍 늘었다. "이가 튼튼해 평생 치과병원 문턱에도 가본적이 없다."는 조 담당이지만 1년새 어금니 두 개가 빠졌기 때문이다.

"유난히 이가 좋으신 어머니를 닮아 치과에 가본 적이 없어요. 의사가 업무 과중에서 오는 신경계통 문제라고 하더라구요."

지난해 10월 경북도 여성가족과로 자리를 옮겨 다문화가정 업무를 맡으면서 밤 10시전에 퇴근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당연히 건강을 챙길 겨를이 없다. 치과 말고도 조 담당이 자주 들러는 병원은 또 있다. 구두 뒷굽이 자주 닳아 찾는 구두병원이다.

"예전에는 2년정도 구두를 신어도 멀쩡했는데, 요즘에는 3개월에 한번씩 굽을 바꿔요."

다문화가정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경북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다 보니 신발마저 성할 날이 없다는 것.

경북도가 각종 전국 다문화가정 정책 평가에서 1위를 휩쓴 것은 조씨의 노력 때문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결혼이주여성 우수취업 사례가 베트남 현지 방송에 소개됐고, 지난해 3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경북도의 우수 사례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라고 지시를 내렸을 정도다.

"대통령앞에서 제빵기술자로 변신한 결혼이주여성의 사례를 발표하면서 경제적 자립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때 경북도의 사례를 꼼꼼히 챙기라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했어요." 그덕분인지 결혼이주여성 문제를 주제로하는 TV프로그램에 토론자로도 여러번 나섰다.

하지만 이런 성공신화 뒤에는 조 담당만의 고충도 숨어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7년째 자리에 누워계시는 어머니를 잘 돌봐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그는 "어머니가 7년전 공무원이던 동생이 순직하자 그 충격으로 자리에 누워계세요. 이 일을 맡기 전에는 어머니 병 간호를 많이 해 드렸는데…."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조 담당은 옆에서 도와준 결혼이주여성의 성공사례를 접할 때면 그간의 고생이 보상되는 듯 하다고 했다. "얼마전 베트남 친정 어머니들을 초청한 적이 있었는데 공항 전체가 눈물바다가 됐어요. 저도 얼마나 울었던지…."

큰 눈에서 굵은 눈물을 쏟아내던 이주여성들의 모습을 잊을수 없다는 조 담당에게서 경북도 다문화가정의 행복시대를 예감해 본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