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돼지갈비 전문점을 하는 김모(65) 씨는 요즘 자꾸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게에서 팔던 쇠고기의 원산지가 메뉴에 표기된 '호주산'이 아닌 '뉴질랜드산'이라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았기 때문. 구색용 메뉴였던 탓에 찾는 이가 거의 없어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불찰이었다. 문제는 적발 이후다. 과징금 부과 금액이 돼지갈비 판매 매출까지 합친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아 두 달 동안 팔았던 쇠고기 매출보다 20배나 많은 과징금을 물게 된 것. 김 씨는 "아예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을 때 물게 되는 과태료보다 오히려 많은 벌금을 냈다."며 "구청에서 '모범음식점' 지정도 취소한다고 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식육 원산지 표시제'가 제도미비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판매량이 아닌 전체 매출 규모에 따라 과징금을 매겨 '허위표시'보다 '미표시'가 오히려 처벌 수준이 더 낮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허위 원산지 표시 때는 영업정지 7일, 또는 매출에 따라 과징금을 하루 8만 원에서 166만 원까지 매길 수 있도록 돼 있다. 과징금은 국세청에 신고된 업체의 매출액에 따라 25등급으로 부과된다. 돼지고기 전문점에서 구색용으로 둔 쇠고기라도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되면 전체 매출 규모에 따라 과징금을 매기게 되는 것. 이에 비해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았을 경우 '원산지 미표시'로 구분돼 시정 명령과 함께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원산지 표시제는 300㎡ 이상인 영업점이 대상이어서 매출 규모가 큰 대형 음식점일수록 아예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처벌이 가벼워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업소마다 쇠고기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힘들고 매출이 적을 경우 과태료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법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허위표시'와 '미표시'의 정확한 구분과 처벌 수위에 관한 세부 지침이 없어 상급 기관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식육 원산지 표시 의무 영업장의 기준을 300㎡에서 10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원산지표시의무대상 식품에는 쌀과 쇠고기 이외에 김치류, 돼지고기, 닭고기 등이 포함됐고, 돼지고기와 닭고기 및 김치류는 공포 1년 뒤부터 시행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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