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정해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번쯤 행복한 추억에 잠기고 싶다. 그러나 좀처럼 그렇다고 할 만한 일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욕심이 지나쳐서 작은 행복들을 놓쳐버린 탓일까. 아직 정시모집을 남겨놓고 있는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올 한 해는, 아니 지난 3년은 정말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원점수 1점 때문에 등급이 내려가서 가고 싶은 대학을 포기해야 하는 그들의 눈물을 보며 적절한 위로의 말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세월과 더불어 상처는 치유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마음을 추스르자.
고3 수험생이 아닌 저학년 학생들도 한 치의 여유 없이 한쪽 방향으로만 숨 가쁘게 달려왔다. '시간은 신중히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포착하는 자의 벗이며, 때가 아닌데 조급히 서두는 자에게는 최대의 적이다.'라고 '플루타르크 영웅전'은 말한다. 빨리 빨리를 외치는 곳에 견고함이나 훈훈한 인간미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어디 우리가 도모하는 세상사만 그렇겠는가. 부모와 자식 사이, 급우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대충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소홀히 했던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라도 보내자. 선생님과 집안 어른들께 문안과 감사의 편지를 써 보자.
대선이 끝났다. 선거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지 궁금하다. '오늘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학식이 있거나 성품이 바른 자들은 아니다. 불학무식(不學無識)한 깡패들에게나 어울리는 직업이 정치다.'라고 정치가들을 혹평한 아리스토파네스의 말이 시공을 초월하여 가슴에 와 닿는다. 시대가 어렵고 어수선할수록 정치인들은 요란스럽다. 우리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와 정치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갖기보다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민주주의는 확립된다는 사실을 배웠으리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본 것 자체가 의미 있는 현장 수업이었을 것이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너무 현실에만 집착하지 말고 아름다운 꿈도 꾸며 살자. 한 인간의 꿈은 전 우주를 꿈꾸게 하고 전 인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꿈은 인간의 정신을 항상 새롭게 하며, 무한한 활력을 무상으로 공급해 주는 에너지원이다. 태초부터 인류가 무수한 역경에 직면해서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이유는 역경의 순간에도 꿈을 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꿈은 목적을 고귀하게 만들고 오늘의 어려움을 즐거운 마음으로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방학 학습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자신의 꿈을 먼저 확인하자. 꿈이 현실을 이끌어 가게 하자.
기쁜 성탄절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공부의 압박감에서 해방되어 부모, 자식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자.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감사할 점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자.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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