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포럼] 한-베트남 새로운 접근방식 필요하다

22일로 한-베트남 수교 15주년을 맞았다. 베트남의 '한국 열풍'이 거세다. 베트남 교민 수도 수천 명 수준에서 10만 명 정도로 늘어났다. 3년 후에는 2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베트남 내 국내기업들의 투자금액도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을 앞질러 1위로 올라섰다. 2006년 한 해 동안 투자금액이 22억 1천3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2위 투자국인 홍콩의 7억 7천만 달러를 압도하는 금액이다. 당연히 베트남에는 한국 사람들이 넘치고, 한국식당 등 한국 관련 사업도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 근교에 개발된 신도시에는 거주자 1만 5천 명 중 한국인이 1만 명에 육박해 한인촌을 방불케 하고 있다. 베트남 국민 중 1% 내에 드는 부자라야 살 수 있다는 동네를 한국인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진출기업들의 성과 또한 괄목할 만하다. LG생활건강이 판매하고 있는 화장품은 세계적 제품인 랑콤 매출을 앞지른 지 오래다. 경남기업이 하노이서 베트남 내 최고층 빌딩인 70층 높이의 랜드마크를 짓는 것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나건설과 대우자동차판매회사도 초고층 빌딩을 짓고 있다. 또 태광실업의 현지 법인인 태광비나는 베트남내 11위의 매출 기업으로 우뚝하다. 포스코는 11억 2천800만 달러를 투자해 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국민 평균 연령이 27세에 불과한 나라, 베트남. 그래서 세계의 그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나라, 베트남. 이런 나라의 국민이 지금 한국을 알려고 하고, 또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식당에는 한국인은 물론 베트남인들로 붐빈다. 또 호찌민 시내에만 한국어학원이 50여 곳이나 성업 중이다. 이는 외국어학원 중 영어학원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더 나아가 베트남인들은 자신의 자식이 한국 사람을 닮았다고 자랑할 만큼 한국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하지만 베트남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 폭은 어떨까?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한국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민족이라는 대답이 절반을 넘고 있을 뿐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영애, 비 등 한류스타들은 알아도 한국에 사계절이 있고, 일본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는 민족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다. 김치는 알지만 한복과 된장문화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한 마디로 한국의 겉은 알지만 속은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아직 베트남 최고의 도시인 호찌민시에조차 한국문화원이 없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베트남인들이 한국을 좀 더 알고 싶어도 베트남 내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생활환경인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태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출기업들은 경제적 관점에서 대 베트남 접근 방식은 뛰어날지 몰라도 한국을 알리는 전령으로서의 역할은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베간 우호증진을 위한 기여와 책임감 또한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진출기업들이 이를 위해 책정해 놓은 예산이 전무한 실정이며, 포스코 등 일부 기업들이 내놓는 소액의 학생교류장학금 등이 고작이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등 지역 지방정부의 노력도 부산시와 경상남도에 비해 너무 대조적이다. 부산시와 경상남도는 이미 호찌민시 등과 자매결연을 하거나 지역상품홍보관을 현지에 개설해놓고 있으나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제대로 시장조사조차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구와 경북도내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도 부산과 경남도 기업들보다 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 시절 '전쟁'의 상처를 딛고 '형제의 나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진심을 주고받으며 키워가야 할 우호적 교류는 깊이가 얕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간교류의 확대가 절실하다.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민간단체들 간의 교류를 통한 바닥민심소통 또한 절실한 것이다.

나아가 지방정부의 특화된 접근도 필요하다. 베트남 내 학생들은 물론 국민 대부분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부와 진출기업들의 노력과 예산확보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한-베 관계는 어느 순간 사상누각이 돼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쌓기는 쉬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 아닌가?

특히 한국 내에 들어와 있는 베트남 유학생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들이 베트남으로 돌아와 취하는 태도에 따라, 베트남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극명히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는가?

서동훈 베트남한국교민신문 발행인/호찌민국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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