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7 그사건 그이후] ②비정규직법 시행

내년 확대 적용…거센 노사갈등 예고

지난 7월 비정규직 법이 시행되면서 지역 노동계도 상당한 후폭풍을 겪었다.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규직화 움직임이 일었지만 되레 비정규직 근로자 상당수가 근로조건이 열악한 용역·도급업체로 넘어가는 부작용을 낳았던 것. 도급화나 외주화에 반발한 근로자들의 집단 행동이 잇따랐고 전국 최초로 비정규직 차별시정 신청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내년부터다. 내년 7월부터 비정규직이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만큼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지역 상황을 감안할 때 거센 노사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혜택은 누구에게=비정규직법의 수혜를 입은 건 공공부문과 일부 대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었다. 대구은행은 최근 비정규 계약직원 660명을 내년부터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일선 지점의 창구 근무인력과 전산직이 주요 대상. 이들은 신설된 최저 직급인 정규직 7급으로 전환되며 58세 정년이 보장되고 자녀 학자금 지원 등 복지혜택도 받게 된다. 1년 단위 계약직인 청원경찰과 운전기사 등 100여 명도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번에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은 대구은행 전체 직원 2천800여 명의 27%에 이른다.

우방랜드는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 30여 명을 정규직화한 데 이어 내년 7월 30여 명을 추가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구백화점은 파견근로자 60여 명 중 7명을 정규직화하는 등 단계별로 정규직 전환을 계속하고 있다. 포항 포스텍과 구미LG필립스는 각각 17명과 1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도 두드러졌다. 대구·경북교육청이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 6천286명을 정규직화한 것을 비롯, 대구시와 경북도, 각 구·군이 비정규직 근로자 19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 경북대병원도 비정규직 근로자 81명을 정규직화했고 대구시설관리공단과 경북개발공사도 각각 50명과 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의 그늘=반면 비정규직 근로자 상당수는 용역·도급 등 '외주화'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전국 첫 비정규직 차별시정 신청으로 관심을 모았던 농협중앙회 고령축산물 공판장 사태는 해를 넘길 판이다. 지난 7월 도급화에 반발한 비정규직 근로자 10명이 차별시정을 요구, 경북지방노동위로부터 시정 판정까지 받아냈지만 절반에 이르는 5명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됐다. 현재 중앙노동위에 재심이 청구돼 심리가 진행 중이고, 해고 근로자들은 경북지노위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냈지만 아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지난 8월 구내식당과 경비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 46명을 외주 용역으로 전환했다. 고용승계가 이뤄졌고 임금과 노동조건은 비슷하지만 고용 불안은 훨씬 커진 셈. 외주화의 증가는 통계상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인 8월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파견과 용역 등 간접 고용 근로자는 각각 17만 4천 명, 59만 3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파견은 33.4%, 용역은 18.9%나 늘어났다.

◆앞으로가 더 문제=지역 노동계는 내년부터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불과 6개월 뒤면 10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적용되지만 중소기업들은 준비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 지역의 경우 비정규직법에 적용되는 사업장은 400여 곳에 이르며, 이는 올해부터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장 150곳에 비해 배나 많다.

문제는 인건비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대거 용역이나 파견 등 간접 고용으로 눈을 돌릴 경우다.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목줄을 죌 가능성이 큰 것.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5) 씨는 "당장 20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에 걱정이 태산"이라며 "비정규직 수를 줄이거나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정규직화를 피하기 위해 외주화를 남용하더라도 제도적인 규제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외주화 과정에서 근로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제 신청을 확대하고, 도급 단계에서 근로자가 참여하는 기회를 주도록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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