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 없는 눈꽃축제…봉화 춘양·석포 등 발동동

승부역 눈꽃열차 관광객들 크게 줄어들 듯

▲ 지난 22일 눈꽃열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눈 없는 승부역에 내리고 있다.
▲ 지난 22일 눈꽃열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눈 없는 승부역에 내리고 있다.

지난주부터 눈꽃축제를 벌이고 있는 봉화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눈이 많이 와서, 추워서가 아니라 눈이 안 와서, 따뜻해서다.

눈 쌓인 산과 들, 처마 끝에 길게 매달린 고드름, 얼음 치는 학동…, 자랑했던 겨울 풍경은 간데 없다.

특히 경북의 시베리아로 불리는 봉화 춘양과 경북 최북단인 석포면에선 눈이 내리거나 얼음이 어는 횟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기온도 평년보다 1.1℃ 상승, 온난화 현상이 뚜렷하다.

24일 안동기상대에 따르면 봉화지역의 적설량은 2004년 50.6㎝(눈 내린 날 42일), 2005년 37.7㎝(34일), 2006년 31.6㎝(25일), 2007년 14㎝(10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경북 북부지역의 겨울 관광산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서울과 승부역을 오가는 환상선 눈꽃 열차에 탑승, 승부역을 찾았던 관광객 400여 명은 흰 눈송이는 고사하고 눈발조차 구경하지 못하고 시골 간이역, 시골장터의 정취만 구경한 채 돌아갔다.

김해영(48·서울) 씨는 "눈꽃 핀 백설의 향연을 기대하고 열차에 몸을 실었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눈발 하나 날리지 않아 실망했다."며 "그나마 풋풋한 시골 인심이 있어 다행스러웠다."고 아쉬워했다.

장성환(40) 승부역 열차운영원은 "간이역과 설산이 어우러진 풍광은 환상적이었지만 최근 몇 년 새 적설량이 줄고 낮 기온이 높아져 눈이 내리면 모두 녹아버린다."고 말했다.

봉화군이 승부역 계곡물을 가두어 만든 얼음썰매장도 물이 얼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4일까지 계속되는 올해 눈꽃 열차를 타고 승부역을 찾을 관광객은 1만 2천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5천 명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98년 12월 첫 '눈꽃 열차'를 운행, 지난해 총 관광객 30만 명을 돌파한 승부역은 산골짜기마다 눈이 쌓여 찾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면서 겨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각광받아 왔다.

더욱이 경북도가 이곳에 내년부터 오는 2010년까지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 국내 최고 겨울철 관광지인 한국 산타 마을(Korea Santa-village)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최근의 눈 고갈 사태로 '눈 없는 산타 마을'이 될지 우려도 낳고 있다.

봉화군 관계자는 "눈꽃 열차가 기적을 울린 지 10년이 다 돼 가는데 갈수록 눈 구경이 어려워져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며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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