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성탄절을 지내며

성탄절이다. 이날 세상 모든 사람들, 특히 그리스도교가 전해진 모든 곳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를 지낸다. 축제를 통해 사람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오셨다는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한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축제를 지낼까? 그것은 하느님이 인간이 된 사건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보잘것없는 피조물인 인간을 구하기 위해, 하느님이 당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인간이 된 이 사건에서 우린 참으로 하느님의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에는 두 사람의 협력자가 있다. 동정녀 마리아와 그의 약혼자 요셉이다. 마리아는 당시 처녀가 아이를 낳으면 돌로 쳐 죽임을 당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령으로 인하여 아이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요셉은 누구의 아들인지도 모를 아이를 가진 약혼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 받아들였다.

요즈음 세태 같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리 천사가 나타나서 성령으로 인하여 아이를 갖게 된다고 해도 처녀가 아이를 낳으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처녀가 동의하여 성령으로 잉태했다고 하더라고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두지 않고 당장 낙태시술대로 처녀를 끌고 갈 것이다.

특히 약혼녀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남자들은 약혼녀에게 갖은 욕설을 하면서 떠나갈 것이다. 요즘 같은 세태라면 아무리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협력자가 없어서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왜 이 두 사람은 하느님의 일에 협력을 했을까? 그것은 두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을 믿었기 때문이다. 동정녀 마리아는 천사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을 믿었고, 요셉은 꿈속에 나타난 천사의 말을 믿고 따랐다.

이들은 하느님이 인간이 되려는 것은 하느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었던 것이다. 이 두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을 믿었기에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는 일에 협력자가 되었고, 이들의 협력이 참으로 아름답고 위대한 일이 이루어지게 만들었다.

이렇듯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 인간의 믿음이 필요할진대 하물며 인간이 하는 일에 다른 사람의 믿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사랑과 진실을 믿는 것이 아닐까?

만약 다른 사람이 나를 해치려고, 속이려고, 이용하려 한다고 의심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겁이 나서 길을 나서지도 못할 것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떤 일을 하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선의와 사랑을 믿는다면 우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기적을 만날 수도 있다.

아이들의 선의를 믿으며 격려해 준 말이 아이들에게 최선의 삶을 살도록 만들며, 이웃의 사랑과 선의를 믿기에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이들을 위해 봉사와 희생을 할 수 있다. 한푼의 돈에 목숨을 걸던 사람들이 연말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을 내는 것과, 자신의 일에 몰두해 있던 사람들이 기름으로 뒤범벅이 된 태안반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기적이다.

이러한 기적은 사람들의 선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의 선의와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는 한 '만인은 만인에 대하여 늑대'(homo homi lups est)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듬으며 사랑의 기적들을 이루어간다.

성탄절은 바로 인간이 하느님과 이웃의 선의와 사랑을 믿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것인지를 체험하고 실천하는 시기이다. 차제에 비난과 반목이 차지했던 우리의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서로의 선의와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채워보자. 이러한 믿음으로 깜깜한 밤하늘에 아름답고 영롱하게 빛나는 한 줄기 별빛처럼, 모든 분들의 마음에 사랑의 별이 떠오르는 성탄절이 되었으면…!

김명현 신부·대구가톨릭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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