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의 달력이 더 이상의 무게감을 이기지 못한 채 서서히 존재감을 상실해 가고 있다. 마지막 이파리처럼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며, 저마다 가슴 한 쪽에 아련함이 묻어나는 때가 이 시기다. 이럴때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휑한 마음으로 차를 몰아 무작정 내달리면 닿는 곳은 어딜까? 바로 겨울 바다다.
겨울 바다는 지난 계절 치열하게 살며 지친 그 모든 것들을 넉넉히 안아준다. 콘크리트 건물을 떠나 문득 갯내음이 그리울 때 가까이 동해바다로 나가보자. 올망졸망한 포구들이 곰살맞게 맞아 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구룡포는 경북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포구 중 하나다. 31번 국도를 끼고 포구에 들어서면 앙칼진 갈매기 울음소리가 귓전을 때리며 비릿한 갯내음이 코를 후벼판다. 뱃사람들의 걸쭉한 사투리에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눈길주는 곳이면 어디서나 마주치는 오징어와 과메기 덕장이 구룡포의 겨울을 오롯이 나타내주고 있다. 겨울 구룡포의 풍광은 과메기와 오징어, 대게가 대표적이다. 덕장에서는 오징어와 과메기가 해풍을 맞으며 꾸덕꾸덕 여물어 간다.
"치~익, 칙." 부둣가를 따라 줄지어선 횟집에서는 대게 찌는 소리와 냄새가 발길을 끌어 당긴다. 휴일이면 대게 맛을 보려는 외지인들로 넘쳐난다. 눈에 띄는 횟집에 자리를 차지하고 대게 한 마리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 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면 입안 가득 구룡포를 느낄 수 있다.
포만감이 느껴지면 해안도로 뒷쪽 골목길에 줄지어선 일본식 적산가옥을 구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외지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30년대 일본의 옛거리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전국에서 몇 안되는 곳이다.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어디선가 일본 순사가 불쑥 나타날 것 같으며 기생을 태우고 기방으로 내달리는 인력거가 스쳐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적산가옥을 끼고 70여 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당시 일본인이 만든 구룡포공원(공원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멋쩍은 감이 있지만)이 나온다. 공원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구룡포항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덤을 누릴 수 있다. 출어를 위해 그물 손질에 바쁜 어부들과 만선의 기쁨을 안고 돌아오는 고깃배, 그 위를 축하비행하는 순백의 갈매기떼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다.
다시 해안가로 내려와 부둣가를 걸으면 과메기와 오징어 등 구룡포 특산품을 판매하는 판매장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과메기와 오징어를 사들고 돌아가면 구룡포의 정취를 그대로 집으로 옮겨 놓을 수 있다.
특히 오는 29일부터 1월 1일까지 이곳을 방문하면 '구룡포 특산품축제'와 새해 해맞이를 동시에 구경할 수 있어 연말연시를 보내려는 가족과 연인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축제는 과메기와 오징어, 대게, 성동쌀 등 이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축제 한마당이다.
비보이와 학생 댄싱경연, 록페스티벌 등이 펼쳐지는 청소년어울마당과 인기 연예인 초청공연, 평양예술단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특히 무료시식회와 과메기를 이용한 20여 가지의 퓨전요리가 선보여 참가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서재원·최용성 축제공동위원장은 "구룡포 일대가 정부로부터 과메기특구로 지정받는 등 어려운 지역경제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축제가 돼 지역 특산품이 널리 홍보되고 판매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파에 지친 사람들을 안아주는 넉넉한 푸른 바다가 있기에 구룡포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이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가는 길
대구에서 경부고속국도 경주 또는 영천IC로 나와 7번 국도를 타거나 대구~포항 고속국도를 타고 포항 시내로 들어온 뒤 형산강변을 끼고 포스코를 지나 31번 국도를 타고 20여 분쯤 달리면 구룡포와 감포쪽으로 갈라지는 병포삼거리가 나온다. 병포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바로 구룡포읍내와 포구를 만날 수 있다.
◆묵을 곳
인터넷(www.sunrisei.co.kr 또는 ipohang.org)에서 숙박정보를 찾으면 다양한 가격과 시설의 민박이나 여관 등 숙박시설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연말의 경우 사전 예약을 하는 것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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