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명박 시대] ⑤국회·정치권 개혁

脫 여의도 국가경영 정치 펼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국회 및 정치권에 대한 개혁 의지가 강하다. 지난달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집권하면) 정치를 바꾸고자 한다."며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는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나라 안팎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가 나아갈 길을 여는 '국가 경영의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당선자의 정치관을 '탈(脫)여의도 정치'라고 한다. 당리당략과 소모적 정치공방 등을 거듭해온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짙게 깔려 있는 셈이다.

지향점은 실용의 정치. 이명박 당선자는 한 연설회에서 "경제가 정치이고 정치가 곧 경제"라며 "실용의 정치를 구현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 적이 있다. 일하는 국회, 일하는 정당 문화로 여의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 당선자와 국회 및 정당 간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한 긴장관계가 예고되고 있다. 국회와 정당의 운영체계나 관행·선거제도 등에 효율성을 비롯, 경제적 논리를 토대로 쇄신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고, 이는 정치판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으로는 집권 여당이 되는 한나라당을 겨냥할 것이나 대통합민주신당 등 야당으로, 나아가 국회 전반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정권교체 상황까지 맞물려 있어 이 같은 움직임이 여·야 간의 대립구도까지 격화시킬 수 있다.

특히 네거티브 공세 혹은 정치공작 등을 근절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에서 추진 중인 관련제도 개선문제의 경우, 대선 직후라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신당 등을 겨냥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맞서 야당들은 이명박 당선자의 BBK 의혹을 재부각시키는 등 한나라당과 더욱 각을 세울 수 있다. 이 당선자도 "BBK 특검 결과 무혐의로 밝혀지면 (흑색선전 등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들은 또한 한나라당의 당권·대권 분리 폐기론을 제왕적 대통령으로 되돌아가는 퇴행적 정치문화라고 맹비난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설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 당권·대권 분리원칙을 폐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이 당선자 측근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것.

정치권을 대통령의 의지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당·정 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뒷받침돼야 하며, 궁극적으로 당·정·청(청와대)이 일체가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참여정부에서 폐지됐던 정무장관직을 국회와 정부 간의 가교역할을 위해 부활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친박(親朴·친 박근혜 전 대표) 의원 등으로부터의 반발에 직면, 이 같은 주장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으나 당·정·청 간의 협력관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당권·대권 분리원칙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대통령은 집권당에서 평당원일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은 적지 않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과 함께 정치권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음에도 당·정 갈등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데는 당권·대권분리 소신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게 된 데는 총선 후보공천을 앞둔 친이(親李·친 이명박 당선자)·친박 의원들 간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며 박근혜 전 대표·강재섭 대표·정몽준 의원·이재오 의원 등 중진들 간의 당내 위상 경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었다.

이 당선자 입장에서는 정치권 개혁차원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도모할 것이고, 이는 4월 총선에서의 대폭적인 공천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지역구 국회의원들 중 50% 이상이 교체될 것이란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인 친박 의원들은 인적 쇄신을 통해 친이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키는 반면 자신들은 최대 희생자가 될 것이란 등의 의구심을 떨치기 쉽지 않을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당권·대권 분리 폐기에도 강력 반대해왔던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인적쇄신 강도는 이 당선자가 정치권 개혁을 바라는 여론을 명분으로 당초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킬 수 있느냐, 아니면 당내 화합을 중시하고 중진들의 지분을 인정하는 선에서 절충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국회 및 정치권 전반의 개혁수위와도 맞닿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얼마나 많은 당선자를 낼 수 있느냐도 차기 정부의 개혁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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