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부처 '李 코드 맞추기'로 서서히 선회?

이명박 당선자와 입장 다른 정책 변화 움직임

대통령직 인수위가 골격을 갖추는 등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준비작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그동안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과는 다른 입장을 보여온 정부 부처들이 조금씩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조금만 손질하면 된다"=재정경제부는 이 당선자 측이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침을 밝히자 24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종부세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까지 종부세 존속을 주장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재경부는 종부세를 완화할 경우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감면해 주는 방향보다는 종부세 대상이 되는 기준금액을 높여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이 방향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는 그러나 한나라당 측도 무조건 1가구 1주택자만 감면하겠다는 방침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명확한 입장 확인을 꺼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당선자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밝힘에 따라 출총제에 대한 전반적 검토에 들어갔다. 대안 없는 출총제 폐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인수위나 당선자 측이 폐지를 강행하면 협의를 통해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재경부는 이 당선자의 산업은행 민영화 공약에 맞춰 기존에 재경부가 갖고 있던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손질할 전망이다.

재경부는 지난 9월 정책금융심의회를 열어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심의하면서 산업은행의 민간 금융기관과 시장마찰을 빚는 업무를 자회사인 대우증권으로 넘기는 일정은 확정했으나 대우증권 매각 조건과 시기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하는 것으로 남겨뒀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만큼 재경부는 인수위 업무보고 때 매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경제협력과 관련, 재경부는 인수위 업무보고를 어떤 방향으로 할지 정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정책도 일방적 퍼주기가 아니라 남북 상생을 강조하고 경제원리에 따라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업정책도 부분적인 손질=농림부는 이 당선자의 주요 농업 공약이 기존 정책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사정이 훨씬 낫다며 상대적으로 편안하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일부 정책의 경우 불가피하게 이 당선자의 코드에 맞춰 수정해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이 당선자의 '향후 5년간 쌀 목표가격 유지 및 80㎏당 17만 원 이상 보장' 공약은 정부의 현행 쌀소득보전직불제를 고치거나 한시적으로 유보해야만 가능하다.

현재 규정상 정부 보전액의 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은 과거 5년 동안의 시장가격 평균을 사용하는 만큼 전반적 쌀값 하락 추세에 맞춰 내려갈 수밖에 없다. 농림부는 '2014년 이후 쌀 관세화'라는 개방 일정에 맞춰 국내 쌀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 같은 시장원리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현재 여·야가 국회에 제출해 놓은 '쌀 목표가 동결' 법안에 지금까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 수반이 이 부분을 공약으로까지 내건 만큼, 동결 기간을 다소 조정해서라도 개정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농가부채동결법 제정을 통해 농업인 자산을 농지은행에 신탁, 경작은 계속하되 부채 및 이자를 동결하고 20년 내 분할 상환토록 한다.'는 공약도 농림부가 고민하는 부분. 이 공약은 정책 대상이 너무 많아지면 소요되는 예산이 많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부채 및 이자 동결의 대상과 기간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무 공무원들이 조금씩 의견 개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예산처는 기본적으로 예산배분 구조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다지 눈치 볼 것 없다는 반응이다. 새 정부가 성장을 촉진한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정부 예산보다는 민간자본을 활용한다는 계획이기 때문.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도 이 당선자 측의 구상이 어떤 것인지를 공약집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으나 현재 별다른 입장 변화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