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올 시즌을 앞두고 7년 만에 사령탑에 올라 의욕을 보였던 스타 출신의 이충희(48) 대구 오리온스 감독이 부진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26일 전격 사퇴, 뜻을 접었다.
4승22패. 대구 오리온스가 프로농구 시즌도 절반 가까이 지났지만 이미 5할 승률을 맞추기는 힘든 상황에 몰리자 자리를 떠난 것. 속이 바짝 타들어갔던 그는 하루에 한 갑 넘게 담배를 피우는 괴로움 속에서 사퇴 직전까지 활로를 모색했었다.
이 감독은 사퇴 직전 "선수, 감독 생활을 해오면서 이런 시련은 처음이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라면서 "경기는 계속되는데 선수들 부상이 끊이지 않으니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 시즌 오리온스는 개막전부터 2연승을 거두며 기쁨에 젖었던 것도 잠시, 5연패에 빠졌고 연패 사슬을 끊자마자 다시 11연패로 헤맸다. 최근 성적 역시 6연패로 말이 아니다.
오리온스가 연패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잇따른 주력 선수들의 부상 공백. 주전 가드 김승현이 허리 디스크로 개막전에만 출장한 뒤 장기 결장 중이고 외국인 선수들도 부상과 부진으로 교체를 반복했다. 김승현을 축으로 한 플레이를 지향하려던 이 감독의 생각이 초반부터 어긋난 셈. 성적이 부진하자 이 감독에게도 화살이 돌아갔다. 감독의 작전 부재, 일부 선수 혹사 등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선수들이 의욕은 있으나 순간 대처능력 등 기량이 부족, 패턴 플레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김)승현이에게 의존한 플레이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며 "수비는 원래 약한 팀이었지만 공격에서도 스스로 찬스를 만들지 못하니 제대로 공격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코트 위에서 이 감독은 좀처럼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훈련할 때도 마찬가지. 답답함은 속으로 삭인다고 했다. 그는 "야단을 쳐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선수들이 주눅들 뿐이었다."며 "자신감을 잃어 그나마 가진 기량조차 다 발휘하지 못할까봐 하나하나 다독였다. 힘든 데도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보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결과가 좋지 않다 해도 부저가 울릴 때까지 스포츠맨답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라고 강조한 이 감독. 그를 만난 뒤 며칠 지나지 않은 26일 오리온스 구단은 이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고 밝혔다. 다시 야인이 된 이 감독은 26일 연락을 끊은 채 조용히 사라졌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지금은 소낙비를 맞고 있는 시기지만 하나씩 이겨 나간다면 결국엔 햇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던 이 감독의 마지막 말은 결국 전임 감독이 새 사령탑에게 전하는 바람으로만 남게 됐다.
이 감독은 사퇴하면서 김상식(39)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기를 바랐고 오리온스는 이를 수용, 김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 코치는 이미 지난 2006-2007시즌에 안양 KT&G에서 코치로 있던 중 감독대행을 맡은 적이 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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