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 열매' 울산에 뺏기나?

신월성원전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등이 들어선 경주시 양남면 일원 '한수원 경제권'이 경주보다 울산지역으로 빨려들고 있다.

특히 울산지역이 서둘러 이 경제권을 활용할 태세여서 원자력 산업 중심의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효과마저 울산이 과실을 더 따먹을 전망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7일 울산시 북구 연암동∼경주시 양남면 수렴리 13.9km 4차선 도로를 개통했다. 지난 1998년 1월 착공해 이날 준공한 이 도로 개통으로 월성원전과 방폐장이 들어설 양남면 나아리에서 울산공항까지는 10여 분, 울산시청과 울산역까지는 빠를 경우 20여 분 이내면 주파가 가능하게 됐다. 반면 경주 시내에서 월성원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40여 분을 넘어 한수원 경제권이 울산 경제권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경제권을 흡수하기 위한 울산시의 전략은 도로 개통을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주 양남면 소재지인 하서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울산시 북구 정자동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 이 곳에는 롯데건설이 유원지 133만여㎡중 1차로 10만7천여㎡에 1천800억 원을 들여 워터파크와 콘도로 이뤄진 강동리조트를 조성 중이며, 삼성엔지리어링도 강동산하지구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해 현재 지장물 보상 협의를 벌이고 있다. 특히 오는 2009년 12월 완공 목표인 강동산하지구는 99만 6천여㎡에 6천여 아파트 및 전원주택을 건립할 계획으로 있는데, 단지 내 환지받은 상업지역은 벌써 평당 1천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울산시는 또 한수원 본사가 양북면 장항리로 이전해 올 것에 대비, 협력업체 등을 겨냥한 대규모 공단을 경주 경계지역에 조성키로 하고,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울산과 달리 경주지역은 여전히 더디다. 경주의 경우 대부분 지역이 자연환경보전지역과 농림지역 등으로 묶여 개발이 어렵고, 울산에서 밀려오는 자동차 및 조선 관련 업체들을 수용할 산업단지 조성계획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것. 이 때문에 이미 수년 전 건축이 가능한 땅을 사들인 울산지역 업체들이 하나 둘 진출하면서 양남지역은 울산에서 떠밀린 공해공장만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월성원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울산시내까지 가려면 복잡한 2차선 도로를 지나야 해 경주시내에 아파트를 구입해 살았으나, 이번 도로 개통으로 울산이 가까워져 주거환경이 좋은 울산으로 이사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주 양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경주가 한수원 본사 부지를 놓고 동경주와 서경주로 나눠 치열하게 다툴 때 울산시는 차근차근 내실을 챙기며 밑그림을 그려 현재 완성 직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월성원전과 신월성원전, 방폐장 현장에는 한수원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4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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