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가엔 '연말 특수'를 기대할 수 없었다. 대선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있었지만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 바닥권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더구나 기온까지 예년보다 따뜻해 전반적인 판매가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갈수록 판매가 더 안된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판매가 갈수록 안 되네"
대구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 연말이어서인지 시장 곳곳엔 평소보다 행인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전반적으로 연말 특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못하다는 반응도 적잖았다.
15년째 한복 장사를 해왔다는 이재덕(56·여)씨는 "지난해와 큰 변화가 없다."며 "경기가 워낙 바닥이다 보니 연말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다."고 말했다. 침구류를 파는 이승환(57) 사장도 "느낌상 지난해보다 조금 나은 것 같지만 찾는 손님이나 매출은 피부로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했다.
이 맘 때 선물용으로 잘 나가는 인형이나 아동복 등은 지난해보다 판매가 더 안된다는 반응이다. 인형가게를 운영하는 김세환(47)씨는 "지난해보다 1/3 수준"이라며 "3만 원이 넘는 인형은 아예 나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그나마 저렴한 소형 인형을 구입하는 데 치우치고 있다는 것. 아동복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서기순(37·여)씨는 "TV에서 명절보다 오히려 연말에 선물을 더 많이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여기는 예외인 것 같다."며 "지금까지 피부로 느끼기는 판매가 지난해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칠성시장 상인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크리스마스 용품이나 조화를 파는 김은주(32·여)씨는 "판매가 지난해보다 절반 정도 줄어 과거와 달리 재고를 빨리 처분하고 있다."며 "7년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올해가 가장 장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속옷 가게에서 만난 직원 강미정(32·여)씨도 "연말인지 모를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며 "소비자 심리가 눈은 높으면서 주머니 사정은 안 좋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가게는 모처럼 찾아온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저렴하고 다양한 장난감이 많은 것으로 입소문 난 우일완구사는 연말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가게 안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창섭(47) 대표는 "평소보다 20% 정도 손님이 늘었다."며 "손오공의 파쿠칸이나 파워레인저 등이 특히 잘 팔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곳 또한 지난해 수준이라고 했다.
◆"연말 분위기 못 느껴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도 연말 분위기를 크게 느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는 대선 영향으로 연말 분위기가 반감된데다 기온까지 예년에 비해 따뜻해 겨울 상품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
백화점에서도 예년 같으면 여러가지 선물 수요로 인해 지금쯤 매출이 전년에 비해 10% 이상 늘어야 하는데도 동아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12월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정도 느는 데 그쳤다. 한동욱 패션잡화팀장은"화장품은 평소보다 9% 정도 판매가 늘어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지만 장갑이나 머플러 등 겨울 상품은 15% 정도 판매가 늘어야 정상인데 3. 4% 느는 데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류는 평소와 판매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 한 팀장은 "1월부터 늦추위가 있다고 하니까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롯데백화점 대구·상인점의 경우도 12월 들어서부터 25일까지 매출을 보면 지난해 대비 3% 신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물가상승률 4~5%를 감안할 경우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다. 대구백화점도 대백프라자는 5% 정도로 신장한 반면 본점은 되레 2% 가량 줄었다.
대형마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마트는 휴대용 게임기나 인기있는 캐릭터 등 일부 품목은 판매가 기대만큼 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 김재혁 주임은 "명절과 바캉스 시즌 다음으로 연말에 매출 신장이 기대되는데 올해는 평소보다 5~10% 정도 매출 증가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선물 상품으로 인기인 컴퓨터나 MP3, 장난감 등은 지난해 수준이라는 것.
특히 계절 용품의 경우 오히려 역신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의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매출이 줄었고 난방용품도 5% 판매가 줄었다는 것. 김 주임은 "경기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데다 기온까지 따뜻해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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