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하는 책을 내게 돼 마음이 뿌듯합니다. 특히 책 판매 수익금 전액을 산악 후배들을 위한 '산악장학회' 기금으로 쓰게 돼 그 의의가 더욱 큽니다."
1977년 '한국에베레스트원정대' 부대장을 맡았던 박상열(64) 대구시산악연맹 고문의 당시 활약상을 담은 '아! 사카르마타의 여신(女神)이여…'(해조음)가 26일 출간됐다. 사카르마타는 네팔어로 '여신이 거처하는 곳'을 일컬으며, 에베레스트를 지칭하는 말이다.
박 고문은 77년 셰르파인 앙푸르바와 함께 에베레스트 1차 공격조로 나섰다 정상을 불과 48m 남겨둔 8천800m 지점에서 악천후와 산소 부족으로 눈물을 삼키며 발길을 돌렸다. "일부 사람들은 정상을 코앞에 두고 왜 돌아섰느냐고 하지만 지금도 정상을 눈앞에 두고 돌아설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무리하게 감행했다면 정상에서 맞이한 것은 차디찬 죽음뿐이었겠지요." 1차 공격조였던 박 고문의 활약이 있었기에 고상돈 대원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설 수 있었다.
'팔공산 곰'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박 고문은 올해로 등산 경력이 48년에 이르는 한국 산악계의 '대부'와 같은 존재다. 산악인 박영석 씨는 "에베레스트에서 카라반을 함께하며 그에게서 등산의 진정한 의미를 느꼈다."고, 엄홍길 씨는 "히말라야 등반의 선구자로 한국 산악 운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분이다."고 책 후기에서 박 고문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이 책은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던 8천700m 지점에서 셰르파와 함께 산소와 천막 없이 껴안고 눈속에서 뒹굴며 잤던 일 등 에베레스트 등정 당시의 기록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또 당시 등정을 다룬 신문 기사들과 사진, 박 고문에 대한 인터뷰 기사 등이 같이 실려 있다.
박 고문은 등정 당시 생사를 같이했던 셰르파를 우리나라에 초청하기도 했고, 네팔에 갈 때마다 찾아보는 등 국경을 넘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 책 발간을 주도한 권성혁 대구시산악연맹 회장은 "박상열 고문의 산악 역사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내게 돼 기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박 고문은 "정상은 신이 허락해 줘야 올라갈 수 있다."며 "정상에만 집착하는 산행보단 산에 대한 철학과 진리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진정한 등산인"이라고 강조했다.
책 출판기념회 및 산악연맹 송년의 밤 행사는 27일 오후 7시 대구 동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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