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도전이다. 도전에 나이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37세에 프로복싱 신인왕 타이틀을 딴 최고령복서 중국집 사장의 도전은 아름답다. 때론 이런 도전이 인생의 전환점(轉換點·터닝 포인트)이 되기도 한다. 이 전환점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나봤다.
♠ 경산 '부천성' 정경석씨
잘나가는 중국음식점 사장이 뒤늦게 권투에 뛰어들었다.
신인왕과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연이어 땄고 동양챔피언에도 도전했다. 12전 8승4패 5KO승. 경북 경산에서 꽤 유명한 중국음식점을 하고 있는 정경석(42) 씨.
"권투와 사업은 연관성이 있어요. 땀 흘린 만큼 자신감이 생기고 사업은 물론 시합을 할 때, 상대를 때려눕힐 수 있다는 배짱이 두둑해지기 때문입니다."
권투선수로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그는 무엇 때문에 '사각의 링'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까. "왜 두렵지않겠습니까. 시합을 앞두고는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하고 내가 선택한 길 후회없이 가자며 잘 참고있을 뿐입니다."
그는 37세에 신인왕 타이틀을 땄고 다음해 한국챔피언에 등극했다. 한국권투사상 전무후무한 '최고령복서' 기록을 세웠다. 한국챔피언 1차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1개월 후 판정이 번복되는 바람에 타이틀을 반납한 기막힌 기록도 갖고 있다. 동양챔피언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코뼈가 무너져내렸고 갈비뼈가 부러진 경험도 있다.
그래서 가족들은 권투를 싫어한다. 며칠 전 최요삼 선수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는 더욱 걱정스러워한다.
그가 권투에 다시 빠진 것은 사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5세때 권투를 시작했다가 17세에 고향 전주를 무작정 떠나 서울에서 중국집 배달일부터 시작, 28년간 중국집 일만 해온 그는 사업에서 생긴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글러브를 꼈다.
중국집 배달원에서 주방보조, 보조, 캡틴, 웨이터, 주임, 과장, 매니저 등으로 승승장구해오면서 그저 그런 중국집 인생이 될 뻔했다. 그러다가 서울의 크라운호텔 중식당에 들어가게 된 것이 그의 '중국집 인생' 전환점이 됐다. 호텔 중식당에서 그는 중국요리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 호텔에 있었던 3년동안 그는 그때까지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대구 시내의 한 유명 중국식당에 스카우트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1996년 '부천성'이라는 중국음식점을 열었다. "주방장 중에는 좋은 분도 있지만 직업의식이 없는 사람도 있어요." 생각처럼 사업은 쉽지않았고 주방장 등 직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다. 술과 담배를 하지않는 그는 폭발할 것만 같아 체육관을 찾아 샌드백을 두들겼다.
마음에 안정을 찾는 것과 동시에 6개월 만에 경북대표로도 선발됐다.
"권투를 하니까 점점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마추어로는 34세라는 연령제한이 있는 바람에 권투를 계속하기 위해 프로로 전향하게 된 것이죠."
그는 오늘도 권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권투를 통해 제가 배운 것은 정직과 승부욕입니다. 열심히 하는 것만큼 정직한 것은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중요하지 승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권투할 때만큼은 독기를 품는다. 그는 "독기없이 인생에서 쓰러지지않고 이기겠다는 승부욕이 생기겠느냐?"고 반문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 하양 버섯 재배 김영표씨
"출판사 사장에서 버섯 명인으로"
표고·상황버섯을 재배, 연 매출 3억 원을 올리고 있는 김영표(47·경산시 하양읍 환상리) 씨. 1980년대 초부터 1993년까지 대학교재를 출간하는 출판사를 경영하던 그는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그러던 중 1993년 부친이 위암에 걸리면서 버섯과 '인연'을 맺었다. "어렵게 구한 상황버섯을 달여 드리고, 표고로 음식을 만들어 드렸어요. 그랬더니 아버지의 병세가 호전되더군요." 의사로부터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부친은 2년 후 세상을 떠났다.
버섯의 효능을 체험한 김 씨는 1994년 경영이 잘되던 출판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버섯 재배에 투신했다. "버섯을 키우겠다고 하자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어요. 하지만 제 나름대로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제 손으로 세계에서 효능이 가장 뛰어난 버섯을 재배하겠다는 것이었지요. 또 한번 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제 성격도 버섯 재배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국내·외에서 버섯에 관한 책을 구해 읽고, 버섯을 키우는 사람이나 버섯을 연구하는 교수를 찾아다니며 우수한 버섯을 키우는 비법을 배워나갔다. "틈이 날 때마다 전국 곳곳의 버섯 명인들을 찾아다니며 버섯공부를 했습니다. 아마 100곳이 넘을 겁니다. 키토산이 많은 버섯을 재배할 생각에 귀뚜라미 키우는 곳을 찾았더니 스파이로 오해를 하더군요."
지하 150m에서 뽑아 올린 깨끗한 암반수 사용, 탄수화물이 풍부한 원목 재배, 버섯의 영양 상태가 가장 좋은 새벽 통트기 전에만 하는 수확 등 김 씨는 버섯을 재배하는 데 옹골찬 고집을 갖고 있다. 눈물겨운 노력 끝에 터득한 이 같은 버섯 재배 노하우 덕분에 김 씨가 키운 버섯은 비타민 D와 칼슘 등의 성분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섯을 재배, 판매하는 데 이어 김 씨는 버섯 가공품 생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윤종원 대구대 생명공학과 교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표고 정과를 비롯해 초콜릿, 분말 등의 제품을 내놓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요즘에는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인 '버섯테마파크' 건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규모가 500여 평에 이르는 이 곳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버섯을 재배, 수확해보고 버섯요리 만들기 등 다양한 버섯 체험이 가능하다. "버섯에 대한 체험은 물론 다양한 공연을 열어 버섯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출판사 사장에서 버섯 재배 명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 씨는 자전거 이야기를 꺼냈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지요. 또 후진 기어가 없어 앞으로만 달릴 뿐이지요.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린다면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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