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태흥 '슬픈영혼, 사람의 길을 묻다'

"세상의 끝에서 나를 찾는다"

"히말라야가 보고 싶어."

휘청거리던 마흔 다섯의 봄.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어린 왕자의 목소리를 따라 훌쩍 길을 떠났다. 설산의 산국(山國)을 따라 쪽빛 티베트와 네팔을 돌아보는 구도의 길이었다.

그 구도기는 올해 1월 매일신문에 '어린 왕자와 함께 떠난 히말라야'라는 이름으로 연재됐다.

전태흥(46). 그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시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경북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시를 쓰기에 그의 속은 너무나 뜨거웠다. 학생운동으로 제적과 투옥을 당했으며 재야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마틴 스콜시지 감독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트레비스처럼 택시를 몰며 세상과 소통하려고 했고, 1996년 15년 만에 경북대를 졸업했다.

아스라한 절벽 끝에 매달린 육신. 그는 척박한 땅에서 슬픈 영혼의 길을 물었다. 2004년에는 티베트 여행기를 '길 위의 삶'이란 제목으로 16회에 걸쳐 매일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티베트와 히말라야의 명상 기행을 모아 '슬픈 영혼, 사람의 길을 묻다'(환경과생명 펴냄)를 엮었다.

시간의 추를 거부하는 해탈의 땅 티베트, 예지의 눈으로 영혼을 감싸 안는 네팔, 뜨거운 욕망 속에서 신을 찾는 캄보디아, 순수한 샹그리라 안나푸르나··· . 그 길 위에서 세상을 만나고, 집착과 애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스스로 오체투지하는 자신을 만나고, 사랑하는 또 다른 영혼들을 만났다.

겉훑는 여행기와 달리 구도를 위한 지은이의 시선이 강하다. 그 깨달음을 유려한 문체로 풀어냈고, 글마다 컬러로 수록된 사진의 앵글도 더욱 깊숙이 들어가 보인다.

여행기로 보기에는 시(詩)적이고, 명상기로 보기에는 유랑적이고, 구도기로 보기에는 아직 방황의 흔적이 강하다. 그래서 더욱 독자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그는 지난 2003년 인도 여행길의 생각을 담은 편지를 모아 '사람의 숲에서 보내는 편지'를 펴냈다. 지난 2004년 티베트와 네팔, 캄보디아를 여행한 후 미래데이터라는 IT회사를 설립했다. 2006년에는 히말라야와 안나푸르나를 다녔다.

이제 그는 쉰 살이 넘으면 세상의 깊은 심연 바이칼을 거쳐 킬리만자로에 오를 꿈을 꾸고 있다.

세상의 끝에서 나를 찾고 있는 끊임없는 여행. 그는 "아직도 나는 세상을 제대로 건너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248쪽. 1만 1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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