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218cm의 거인도 '주먹 황제'의 기세를 꺾을 수는 없었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7)이 세계 최강 파이터인 '얼음 황제' 표도르 에멜리아넨코(31.러시아)와 맞붙었지만 실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1라운드 암바(팔 꺾기 기술)로 TKO 패했다.
최홍만은 31일 오후 일본 사이타마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프라이드 마지막 대회 '야렌노카! 오미소카'에서 종합격투기(MMA) 규칙으로 맞붙은 표도르에게 1라운드 시작 1분56초 만에 기권을 표시하는 탭아웃을 쳤다.
이로써 최홍만은 지난 8일 격투기 강호 제롬르 밴너(35.프랑스)에게 심판 전원 일치로 판정패한 지 23일 만에 다시 쓴 잔을 들이켰고 2005년 K-1 데뷔 이후 종합격투기 개인 통산 5번째 패배(13승)를 당했다.
반면 표도르는 지난 4월 러시아에 열린 'M-1 보독파이트' 대회에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레슬링 은메달리스트 매트 린들런드(36.미국)를 1회 탭아웃으로 꺾은 데 이어 올해 출전한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통산 전적은 27승1패.
최홍만은 키에서 36cm나 큰 신체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프라이드에서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표도르의 벽은 역시 높았다.
그라운드 기술을 연마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던 최홍만은 자신에게 유리한 입식 타격으로 승부를 내려고 했지만 표도르의 노련미를 넘기에는 힘이 크게 부쳤다.
대회 직전 "미치도록 싸우겠다"고 말한 최홍만의 결연한 의지도 펼쳐 보일 시간이 없을 정도로 경기는 빨리 끝났다.
최홍만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허리를 잡아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려는 표도르를 힘으로 밀어 붙이면서 오히려 상대를 넘어뜨린 뒤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그라운드 상황에서 표도르의 암바에서 벗어난 최홍만은 다시 일어난 표도르에게 왼손 훅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씨름에서 터득한 균형 감각과 강한 허리 힘으로 두 번째 테이크다운을 빼앗았다.
기세가 오른 최홍만은 표도르 위에 올라 타 주먹까지 뻗었다. 표도르의 이마와 왼쪽 눈가 주위는 최홍만의 펀치 자국으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방심이 곧 화를 불렀다. 최홍만은 누워 있는 표도르에게 오른 팔을 뻗다 그대로 잡히면서 암바에 걸려들었고 결국 왼손으로 경기 포기 의사를 알리는 탭아웃을 쳤다.
표도르는 "러시아 국민에게 영광을 돌린다. 앞으로 일본에 자주 와 격투기 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전했고 최홍만은 패배가 아쉬운 듯 잠시 캔버스에 무릎을 꿇고 있다 일어나 표도르의 위로를 받은 뒤 링 밖으로 빠져 나갔다.
재일교포 격투기 스타 추성훈(32.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도 같은 대회에서 일본 복귀전을 치렀지만 TKO로 패했다.
추성훈은 지난 해 프라이드 웰터급 챔피언 미사키 가즈오(31.일본)에게 킥에 이은 파운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1라운드 1분46초를 남기고 레프리 스톱(심판에 의한 경기 중단)으로 무릎을 꿇었다.
시드니올림픽 유도 60kg급 은메달리스트 정부경(29)도 이날 격투기 데뷔전에서 아오키 신야(24.일본)를 맞아 2라운드까지 버텼지만 심판 전원일치로 판정패했다.
앞서 '원조 골리앗' 김영현(31.217cm)이 두 번째로 출전한 K-1 대회에서 니콜라스 페타스(34.덴마크)에게 2회 KO로 지고 세계복싱협회(WBA) 전 슈퍼페더급 챔피언 최용수(35)도 일본 격투기 스타 마사토(28)에게 3라운드 기권패를 당하는 등 한국 출신 파이터 5명 전원이 승전보를 전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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