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박목월 作 '신춘음(新春吟)'

신춘음(新春吟)

박목월

오냐, 오냐, 오냐.

어머니의 목소리로

얼음 밑에서도 살아나는

미나리.

오냐, 오냐, 오냐.

어머니의 목소리로

환하게 동이 트는

새날의 새벽.

믿음과 긍정의

누리 안에서

훈훈하게 열리는

남쪽의 꽃봉오리.

오냐, 오냐, 오냐.

어머니의 목소리로

사방에서 들리는 사랑의 응답

오냐, 오냐, 오냐.

어머니의 목소리로

우리는 흐뭇하게

멱을 감으며

오냐, 오냐, 오냐.

어머니의 목소리로

東(동)에서 西(서)까지

먼 길을 가며…

돌미나리. 청도 한재 마을에 가서 보았지. 얼음장 아래에서도 새파랗게 눈뜨고 있는 돌미나리. 한 입 베어 물면 금세 입 안에 향긋한 향기가 감도는… 미나리 파란 향기처럼 상큼한 기분으로 새해 새벽을 맞이하고 싶다. 햅쌀로 빚은 떡국 한 그릇과 심심한 동치미 국물의 소찬으로 소박한 새해의 새날을 맞이하고 싶다. 무엇보다 "믿음과 긍정의 누리 안에서" 훈훈한 인정을 나누고 싶다. 도리질이라고는 모르는 어머니의 목소리, 절대 긍정의 그 목소리로 '멱을 감으며' 정월 초하루에서 섣달 그믐날까지 탈 없이 걸어가시라. 그리하여 이윽고 '동에서 서까지' 그 먼 길을 큰 곡절 없이 걸어갈 수 있다면….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