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도의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퇴원시켜도 좋을지 판별하기 위해 쓰는 방법 중에 이런 것도 있다 한다. 바께쓰에 수돗물을 틀어놓고 환자에게 숟가락으로 물을 떠내라고 한다는 거다. 환자가 한 숟가락씩 세월없이 물을 떠낸다면 아직 퇴원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퇴원해도 좋을 환자는 먼저 수도꼭지를 잠근 후에야 물을 떠내는 환자라고 한다.
만약 지금 누군가가 우리에게 이런 실험을 해본다면 결과는? 글쎄다. 틀림없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도꼭지부터 먼저 잠가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 서둘러 물부터 떠내려 할지 모른다. 빨리 바께쓰에서 물을 떠내야 한다는 사실에만 정신을 쏟는 탓에 정작 더 중요한 것은 놓칠 때가 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우선 순위를 헤아릴 줄 아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기 삶에서 무엇을 앞세우고 무엇을 뒤로 보낼지, 어떤 것에 가장 큰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인지….
사람에 따라 건강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기도 하고, 출세나 학문적 또는 예술적 성취를 맨 처음에 두기도 하며, 인생에서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달리 있냐고 강변하기도 한다.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의 색깔과 향기는 완연히 달라진다. 인생이 두세 번 있다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겠지만 단 한 번뿐인지라 어쩔 수 없이 시행착오를 겪게도 된다.
해가 바뀌고 또 한 살씩 먹었다. 이 정도에서 '스톱'해주었으면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심하고 무정한 것이 시간인 것을….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산등성이에서 신년 해맞이를 했다. 첫 일출을 보느라 칼바람 부는 꼭두새벽에 집 나서는 이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싶다. 이글거리는 붉은 해덩이를 마주하여 새해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삶에 대한 마음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게다. 경건하게 해를 마주하면서 '올해는 한 방 멋지게 사기를 치겠노라', 그런 식으로 다짐하진 않을 터이므로. 새 정부 인수위원회도 올해 국정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한다. 올해는 나라도, 우리 각자도 지혜로운 우선 순위를 정했으면 싶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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