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배우 조재현

병원에서 체험한 감동과 아픔이 연기에 도움

MBC 수목미니시리즈 '뉴 하트'에서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조재현.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의 힘있는 연기가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궈 놓고 있다.

밤9시 촬영중인 그를 찾았다. 얼마나 혼신을 다해 등장인물에 집중했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나즈막한 목소리에는 감기 기운도 감돈다. 머릿속에는 질문할 것들이 가득했건만 그의 낮고도 명료한 목소리를 듣자 무슨말부터 꺼내야 할지 잠시 주춤댔다.

▶의사 최창국

뉴하트가 방영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곳곳에서 조재현을 이야기한다. 시선 하나에 미세한 움직임에도 감정을 담아내는 배우다. 최창국이라는 인물창조를 위한 특별한 연습과정이 있었냐고 질문을 던졌다.

"특별한 연습은 없었어요. 다만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 작품을 썼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배우로서 의학공부는 한계가 있어요. 대신 수술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병원진료를 참관하면서 역할에 대해 서서히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실제 모델인 이영탁 교수와 그가 맡은 최강국이라는 등장인물을 일치시키기 위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체험한 것이 중요했었다고 했다.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어린 아이들 모습을 봤을 때 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때 제 가슴에 밀려온 감동과 아픔들이 연기 하는데 큰 도움이 됐지요."

▶조재현과 연극

조재현을 이야기 할 때면 '연극'이 빠질 수 없다. 그와 연극과의 인연은 참 질기다.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온 그는,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극단 '종각'을 만들기도 했다. 연극 이야기만 나오면 그의 표현도 강렬해진다.

"연극은 특별함이 아니라 삶의 일부입니다. 제 활동에 대해서 거창하게 얘기 할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활동 무대에 대한 저의 자유로운 성향이 연극, 영화, TV드라마의 경계를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특성이 다른 것뿐이지 배우로서 연기를 표현하는 차이는 없어요. 활동영역도 배우로서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앞으로도 제 활동영역은 똑 같습니다."

그래도 그를 연극으로 다시 한번 강하게 끌어들인 계기가 있었다. 2001년 무대에 올렸던 피터세퍼 작 '에쿠우스'에서 주인공 엘런 역을 맡아 배우의 광기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줬다. 그는 이 작품으로 인해 연극무대에 갖는 애정이 좀 더 확고해졌다고 했다.

"연극무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 작품 영향이지요. 지금 연극의 제작자로 '연극열전2'에 쏟는 애정도 자연스럽게 형성이 된 것이고요. 영화 산업은 거대 시장논리로 움직이다 보니 얼마나 수익을 올렸나에만 관심이 집중됩니다. 하지만 연극은 달라요. 이익을 떠나서 관객들하고의 직접적인 만남에서 생각해 본다면 배신감은 적지요. 연극은 과정 속에서의 작은 행복이 있기 때문에 절 무대로 잡아당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총기획자 조재현

'연극열전2'는 말 그대로 다양한 연극작품들이 2009년 1월4일까지 이어지는 연극열전 릴레이다. 작품도 다르고 배우들도 다 다르다. 연극을 통해서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 티비로만 봐왔던 그들이 연기를 연극무대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감상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담는다. 동숭아트센터와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에서 15편 이상의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그 중심에 그가 있다. 조재현은 '연극열전2' 총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자청하면서 스타들을 연극무대로 집결시켰다. "대학로의 연극이 달아오를 것 같은데 성공에 자신이 있습니까?" 묻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질문을 던졌다. 그의 대답이 날카롭게 돌아온다.

"어느 정도 자신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스타배우들을 동원해서 대학로 연극무대를 오히려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지만 그런 분들께 제가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뮤지컬 시장은 상승세 인데 연극은 그렇질 못하잖아요. 관객들의 관심을 다시 정통 연극으로 돌려놓을 만큼 강한 흡입력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돌파구를 찾고 연극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는 게 연극열전입니다."

그는 대단한 흥행을 기대하진 않았다. 동숭로가 연극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그런 꿈은 아예 꾸지 않는다. 그도 알고 있다. 연극열전이 크게 히트 하더라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으리라는 것을. 그는 연극에 대한 작은 기억을 관객의 뇌리속에 심어줌으로써 연극을 보는 재미를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배우란?

'연극열전2'를 통해서 새로운 연극을 표방하고 나선 그. 조재현에게 작품과 연출성, 그리고 배우들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무엇인지 물었다.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극은 웃음, 감동, 재미 삼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첫 번째는 재미입니다. 진지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숙이 경숙이아버지'는 재미와 감동이 있었잖아요. 추상미씨가 하는 '블랙버드' 연극은 집중하는 재미가 있어요.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연극의 맛입니다. 재미 없이는 관객들도 흥이 나질 않습니다."

브라운관과 영화판을 뛰어다니기만도 바쁠텐데 왜 고집스러울만큼 연극무대를 지키고 있는지 물었다. "연극을 지킨다는 생각은 안합니다. 연극에 대한 사명감이 아니라 제가 좋아서 하고 있는 겁니다. 연극은 다른 산업에 비해서 가능성이 있습니다."

뜻밖의 반응이었다. 고개를 갸우뚱 했더니 그가 말을 잇는다. "제가 경숙아버지 역을 맡았던 연극 '경숙이 경숙이아버지'를 통해서 연극의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한 두 작품을 통해서는 도움이 안 될 수 있고, 대학로를 연극열기로 가득 담아 낼 수는 없죠.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관객들을 만나자고 생각한 겁니다. 저를 통해서 연극 붐이 이루어진다면 사명감은 그때 느끼고 싶네요."

재능이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연극무대를 강렬하게 달구어 놓는 배우 조재현. 그를 만나면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의 팬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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