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횡재에 관하여]횡재를 바라십니까?

평화로운 오늘이 바로 '횡재'입니다

우리 가족이 나의 '횡재'

횡재라….

글쎄요. 횡재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사전적 의미야 알고 있지만, 내 인생에 횡재란 없었던 것 같아요.

횡재를 기대하지도 않아요.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잘 자라고, 직장이 있고, 간혹 바가지를 긁기는 하지만 아내가 있다는 게 횡재가 아닐까요.

김문오(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복권 당첨, 치솟은 땅값은 횡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횡재가 행복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적습니다. '10여 년 전 토지보상금이라는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난 해 6월 매일신문이 조사,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구에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대규모 택지개발로 토지보상금을 받은 주민들 중에 '재산을 불리거나 유지하는 사람은 30%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재산이 줄거나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많던 재산을 잃고 임대 아파트, 전세방을 전전하는 사람도 30%가 넘습니다. 재산 탕진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족 불화, 불안을 겪었다고 합니다. 거액의 토지 보상금이 '행운'인줄 알았는데, 불행이 되고, 가족들 사이에 웃음꽃이 필 줄 알았는데 '원수'가 돼 버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이좋던 자식들이 보상금 전쟁, 유산 전쟁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왕래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의 어떤 사람은 2천897억원 복권에 당첨됐는데 5년 후 무일푼이 됐다고 합니다. 헌금도 하고 인심도 썼다고 합니다. 유흥과 도박에도 돈을 썼습니다. 5년 만에 원래 재산(약 9억 원)마저 잃고 말았답니다. 그만의 독특한 사연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최근 40년 동안 복권 거액 당첨자 23명 중 21명이 이른바 '알거지'가 됐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횡재는 어쩌면 횡액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새 해가 왔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습니다. 복권에 당첨되지도 않았고, 십 수 년 눌러 앉아 있는 땅값이 오르지도 않았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야 하는 우리는 기껏해야 담배를 끊어볼까, 술을 줄여볼까, 운동을 시작해볼까…, 하는 그렇고 그런 마음을 가집니다.

너무나 소박한 새해 계획이고 소망이지만 그것이야말로 '횡재'가 아닐는지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평화로운 날들이야말로 행복이 아닐는지요. 그렇고 그런 오늘에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8'9'10면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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