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날개를 달자] ②자유경제구역 지정-신성장 동력으로

"마당(경제자유구역)은 펼쳐졌다. 한마당 신나게 노는(투자유치) 일만 남았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신천지로 변모하고 있는 인천 경제자유구역(FEZ)과 부산·진해 FEZ를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바라봤던 대구·경북. 그 비상(飛翔)의 날개였던 FEZ를 천신만고 끝에 쟁취했다.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목표로 하는 인천은 FEZ로 1억 9천만㎡(6천여만 평)의 갯벌에 14조 원을 들여 세계적인 국제공항과 항만, 국제학교와 각종 레저휴양 시설을 만들고 전 세계 비즈니스맨과 다국적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부산·진해 FEZ도 부산 강서구와 진해 일원 104.1㎢(3천154만 평)에 13조 원을 투입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물류중심지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인천과 부산 FEZ가 순항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만만찮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인천·부산 벤치마킹부터

김만제 낙동경제포럼 이사장은 "대구·경북 FEZ 지정으로 투자유치에 호기를 맞았지만 정작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인프라투자 중심의 다른 지역과 달리 지식기반산업 투자는 더 어려울 수 있다."며 "기존 FEZ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진해 FEZ 투자유치팀 관계자도 "FEZ 지정에 맞춰 많은 투자가 밀려들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 투자는 기대 이하"라고 실토했다.

부산은 지난 4년간 200억 달러 투자유치를 목표로 했지만 실적은 목표치의 4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순수 RFD(외국인 직접투자)는 3개 FEZ 모두 극히 부진하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또 다른 시각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홍 원장은 "기존 FEZ가 목표치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은 추진주체인 경제구역청의 문제점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 FEZ는 인천·경기·재정경제부 등 사업주체 간 알력이 생기고 있고 부산·진해 FEZ도 두 지자체와 재경부 간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투자유치와 사업진척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 FEZ 내에서 규제완화 폭이 크지만 각종 인·허가의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부 각 부처의 업무 비협조, 재정지원 부족 등에도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

홍철 원장은 "3곳 FEZ 경우 외국인 투자가 대부분 부동산 개발에 몰려 있고 외국대학 분교나 국제학교, 외국인 투자병원 유치 본계약 실적은 교육과 의료부문 규제 때문에 전무하다."며 "이 같은 상황은 교육·의료·문화산업부문에서의 외국인 투자를 기반으로 한 지식서비스 및 지식제조업 중심의 FEZ를 추진하는 대구·경북으로서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이 목표로 하는 FEZ가 되기 위해서는 개발사업의 각종 인·허가 규제완화를 비롯한 제도 정비와 투자유치 로드맵 작성 등 후속 과제 해결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FEZ 지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기존 3개 FEZ에서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각종 인·허가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제자유구역청장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7, 8월쯤 발족할 경제자유구역청 인선 구성도 FEZ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도는 기존 FEZ 문제점을 인식, 경제자유구역청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고 전문가 그룹을 많이 포진시키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홍 원장은 "차라리 경제자유구역청 구성을 재정경제부에 맡겨 책임(부담)을 지우는 것이 지역입장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 이렇게 하면 인·허가와 인프라 투자에서 대구·경북 FEZ가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제자유구역청 실무그룹은 글로벌 식견을 가진 전문인력을 포진시켜 외국 투자가의 관점에서 자본 투자여건은 물론 외국인 정주여건, 문화·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마련하고 이에 맞춘 도시브랜드디자인을 새로 설계할 것을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교육 부문 등에서의 규제완화도 추가로 필요하다. 지난달 초 FEZ 법개정을 통해 외국자본이 50% 이상 참여할 경우 주식회사 형태의 외국의료법인 설립을 허용한 것처럼 교육부문에서도 대학 및 국제학교 설립시 투자가들이 얻는 이익(배당)에 대해 과실송금(果實送金)할 수 있는 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조·관광·물류·의료업으로 한정돼 있는 감면대상 업종에 연구·개발(R&D) 업종을 추가해 경제자유구역 내에 세계적인 연구소 유치가 가능토록 하고, 외국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토지·건물 임대료와 시설비·인건비 등 초기 운영비를 최장 5년까지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

외국인 정주여건과 관련, 외국인 투자기업 종사자에게 지원하는 특별 공급주택의 대상을 현행 민영주택에서 모든 주택으로 확대하고 외국인의 임대주택 취득도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 관련 문제와는 별도로 지역 자체적으로는 투자유치 로드맵 작성, 관련법규 개폐와 일부 FEZ에서 일고 있는 특혜시비 종식을 위한 지역사회의 합의 등도 연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 김만제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기존 FEZ 성공과 실패 대구 발전의 '거울'로"

"경제자유구역(FEZ) 지정이 경제회생의 만능해결사가 아닙니다. 정작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대구·경북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받는데 일조한 김만제(낙동경제포럼 이사장) 전 부총리는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등 기존 경제자유구역의 '성공과 실패'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이사장은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과 함께 지역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 운동에 불을 지피도록 분위기 조성을 하고, 친정인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 실무진과 시·도,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의 면담을 주선하는 등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숨은 공신이다.

또 두바이, 싱가포르 등을 방문, 해외 경제자유구역 성공모델을 연구하고 지식창조형 경제자유구역을 설계하는 데도 아이디어를 냈다.

"먼저 경제자유구역청을 투자유치의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해 역량을 발휘하고 또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해야 합니다."

인천이나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은 관련 지자체, 재경부가 구역개발과 경제자유구역청 인사 등에서 많은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청에 유능한 투자유치 전문가 그룹을 초빙하고 자율권을 최대한 주어야 한다는 것.

"교육·의료·지식서비스 중심의 경제자유구역을 만드는 만큼 싱가포르가 가장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투자유치 전략과 인센티브 등을 연구해 가능한 것부터 벤치마킹하고, 규제가 있는 것은 정부와 협의해서 추가로 풀어야 합니다."

김 이사장은 인천, 부산 경제자유구역의 투자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지만 외국인 투자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는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이 두 도시와 경쟁해야 하고 투자유치도 생각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차별화되는 세부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김 이사장은 규제완화와 인센티브는 물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외 전문가 집단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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