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가 100달러…경제 흙빛

서민경제 국제유가 충격

▲ 새해 벽두부터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성서공단의 한 염색공장은 한없이 치솟는 벙커C유 값에 감당이 안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새해 벽두부터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성서공단의 한 염색공장은 한없이 치솟는 벙커C유 값에 감당이 안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새해 벽두부터 '기름 폭탄'이 터졌다. 국제 유가가 새해 들어 연일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 지역 산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가 급등으로 각종 원·부자재 인상이 더욱 가속을 붙이자 한탄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 서민 경제도 고유가로 신음하긴 마찬가지. 특히 자영업자들은 끝없이 오르는 기름값에 말을 잊고 있다.

◆산업계 "이러다 큰 일 난다"

성서공단의 한 염색업체. 벙커C유를 하루 80드럼 사용하는 이 곳은 계속 치솟는 기름값에 치명상을 입고 있다. 이 업체 사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ℓ당 400원대이던 벙커C유가 지금은 650원을 넘었고 최근 국제유가 추세를 보니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아 요즘 잠이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기름값만 예전보다 한달에 3천500만 원이 더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수출 단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바이어들에게 이를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보니 채산성은 예전보다 30% 넘게 나빠져 매달 인건비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과거엔 인건비가 생산비의 가장 큰 몫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기름값이 생산비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 업체 사장은 "휘발유값이 오르면 자가용 사용을 줄일 수 있지만 벙커C유는 산업용 연료인데도 세금이 너무 많다."며 "이렇게 가다간 경쟁력을 아예 상실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업체는 고육지책으로 나무보일러로 바꿀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성서공단의 한 원단업체 대표도 "최근 실값이 안 오른 것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에 비해 10~20% 정도 원사값이 올랐지만 중국과의 경쟁 체제에선 원단값을 올릴 생각도 못한다는 것. 원사값 상승으로 생산량이 조금씩 늘어도 수익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업체 대표는 "생산이 늘어도 전혀 즐겁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았던 자동차부품 업체들도 심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와이퍼를 생산하는 한 부품 업체 부장은 "고무나 철 등의 원자재가 올해 들어 오를 기미가 있다."며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국내 자재보다 중국 등 해외 자재를 직접 구매하는 방법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충길 대구기계조합 상무는 "유가 급등 등으로 지난해 많이 오른 원자재값이 올해 업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업계의 최대 복병이 원자재 상승"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한숨만 나온다"

산업계 뿐만 아니라 서민 경제에도 오일 쇼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은 끊임없이 뛰는 기름값에 하루하루가 고역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 동구의 불로화훼단지에서 꽃을 가꾸고 있는 김모(43)씨는 최근 웃음을 잃어버렸다. 하루 평균 보일러등유 1/3 드럼을 사용하는데 지난해 초에 비해 20% 이상 등유값이 올라 부담이 말이 아니라는 것. 김씨는 "연탄과 병행하지만 연탄만으로는 온도 조절이 어려워 기름을 쓸 수 밖에 없다."며 "더구나 꽃 장사가 안 돼 가격을 올리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뾰족한 방법이 없어 생산비 상승을 그대로 떠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구 시내 목욕탕들도 한숨이 터져 나온다.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목욕탕 주인은 "보일러 등유가 지난해 초보다 25% 정도 올랐지만 목욕 손님이 없어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목욕비로 3천800원을 받고 있는 이 곳은 지금 추세로 어느 정도 운영을 하기 위해선 4천~4천500원 정도 올려야 한다는 것. 할 수 없이 이 곳은 '울며 겨자 먹기'로 최근 종업원 2명을 내보내야 했다. 이 주인은 "주변에 운영이 안 돼 문을 닫고 휴업하고 있는 목욕탕들도 적잖다."고 했다.

운송업자들도 어려움이 말이 아니다. 과거엔 기름값이 운임의 20~30% 정도였지만 지금은 절반이 훌쩍 넘는다는 것. 20년 동안 1t 용달화물차를 몬다는 강모(57)씨는 "1998년부터 용달화물차가 50% 넘게 과잉공급된 반면 물동량은 오히려 줄어 사흘에 한 번 꼴로 운송을 하는 판"이라고 했다. 거기에 유류비 부담이 너무 커 용달화물차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한달에 100만 원 벌기도 힘들다는 것. 강씨는 "화물 운송이 자영업 중 최악"이라며 "화물차를 샀다가도 안 되니까 팔고 다시 할 일이 없어 사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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