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야구는 정보 전쟁

지금의 프로야구에서 1980년대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세가지를 들라면 첫 번째가 고액 연봉이고 두 번째가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인식, 그 다음은 기록분석의 발전이다.

사실 야구에서의 기록은 진흙 속의 진주와 같은 것이지만 프로야구 도입 초창기에는 대부분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과거 아마추어 시절 기록원은 타자가 타구를 날리면 외야 전광판에 표시된 H(안타), E(에러), F.C(야수 선택)에 빨간 전기불을 올리는 판정관 정도로 취급됐고 경기기록지도 나중에 시상을 위해 통계를 내는 용도로 여겨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수를 비교하는 기준을 넘어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활용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로 기록을 활용한다. 그만큼 야구기록의 분야도 다양해졌고 내용의 전문성도 깊어졌다.

야구 기록은 크게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파견된 공식 기록원의 기록과 팀 기록원의 기록으로 나누어진다. 공식 기록원의 기록은 프로야구의 권위와 가치를 토대로 홍보와 보존·통계 등의 용도로 쓰여지지만 팀 기록은 연봉과 자료분석용이어서 기록 방법의 차이가 크다.

또한 경기가 끝나면 업무도 접는 공식 기록원과 달리 팀 기록원은 경기가 끝나는 순간 자료실로 달려가 분석 업무까지 완료해야 하므로 다음날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한다. 팀 기록은 평균 4, 5명이 담당하는데 더그아웃 기록원이 대개 연봉자료를 맡는다. 경기시 공식 기록원과 같은 기록을 하면서 현장의 감독과 코치를 지원하고 타순을 어기는 상대의 부정선수를 적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씩 TV중계시 홈플레이트 뒤에서 모습이 보이는 백넷 기록원은 스피드건과 비디오, 전산실과 연결되는 노트북으로 투구의 속도와 방향, 구질에서부터 타구의 종류, 거리 및 처리결과에 이르기까지 수십종의 항목을 실시간 전송한다. 이 자료들은 메인 컴퓨터에 저장돼 수백 가지의 데이터로 활용된다.

일명 '스파이'로 불리는 원정 기록원(2명)들이 이미 일주일 전부터 상대팀의 경기를 따라 다니며 수집한 자료를 3연전이 시작되는 첫날 경기 전 선수들에게 브리핑을 한다. 경기 중에는 백넷 기록원이 상대 투수의 투구 동작을 유심히 살피다가 구질별로 특징을 파악, 노트북을 통해 즉시 더그아웃으로 문자를 보내고 더그아웃 기록원이 타격코치에 전달, 선수들에게 알린다.

어느새 선수들은 컨디션이 좋았을 때의 자료 화면을 관찰하며 부진한 지금의 자세와 비교,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가는 것이 일상화됐다. 꼼꼼한 배영수는 등판 전 뿐 아니라 경기 중에도 승부 과정을 점검한다. 양준혁은 경기 후 반드시 모니터하는 습관을 지녀 가장 늦게 귀가하는 선수. 견제를 심하게 당했던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56호 아시아 홈런 신기록도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초창기 수작업에 의존하던 야구기록이 1990년대 중반 컴퓨터와 스피드건이 도입되면서 서서히 세밀화되었고 1990년 후반 비디오 시대가 열리면서 경기력에도 커다란 변화가 온 것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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