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당선인, 농어업인도 함께 섬겨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행보가 의욕적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거센 논란을 빚어 왔지만 취임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전에 유류세와 통신비는 아예 취임 이전에 인하하겠다고 나섰고, 임기 중 연 7% 경제성장 달성도 장담했다. 새해 벽두부터는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는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가를 새로 조직하고 건설하겠다는 포부에 가득 찬 당선인과 인수위에 이 기회에 농어업인도 함께 섬겨 주시기를 주문한다. 연일 맹행군하는 당선인에게 또 뭔가를 부탁하는 것은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농어업 문제 역시 다른 국정 현안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내건 농어업분야 공약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한 농어업 경쟁력 강화정책과 농어민 지원정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농어업 경쟁력 강화책에는 농어민 소득보전특별법 제정, 소득보전 직불예산 확대, 재해 피해보상 확대, 감척 어민 지원 확대, 친환경유기농 육성, 유통구조 개혁 등이 큰 줄기로 들어 있다. 직불예산을 지난해의 2조 1천억 원에서 3조 5천억 원으로 크게 늘리겠다는 것, 선지불 후정산 재해보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 품종 개발 강국으로 우뚝 서고 10개의 세계적 농수산 브랜드를 양성하겠다는 것 등이 세부 내용이다.

농어민 지원책에는 악성부채 해소, 농기계 공동임대사업단 운영, 농지거래 규제 완화, 농기업 육성, 교육제도 확충, 농어촌 기초생활 보장 등이 들어 있다. 5년간 10조 원을 농지은행에 출연해 농가 부채 및 이자를 동결하는 길을 열겠다는 것, 매출 1천억 원 이상 농기업 100개 및 1조 원 이상 수출 농기업 10개를 육성한다는 것, 기숙형 공립고를 150개 설치하고 10대 거점 국립대학에 농어촌 지역할당제를 실시한다는 것 등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 밖에 남북농업협력지원센터 설치 등을 통한 대북 농업 복구 및 개발지원사업도 농어업분야 공약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어린이에 대한 우유 급식 지원을 통해 낙농가를 돕겠다는 항목도 있다.

장황하게 공약을 나열한 것은 농어업인을 비롯한 국민이 제대로 알고 있어야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더욱 잘, 분명히, 확실하게 실천할 수 있으리라고 본 때문이다.

공약을 통해 당선인의 농촌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농수산업의 역할을 단순 생산으로만 보지 않고 가공·유통·소비까지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농어업도 바이오·문화·관광·레저 등과 융합된 산업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땅만 파고 바다에 의존하는 농어업 수준으로는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를 헤쳐나가기 힘드니 큰 방향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당선인이 경제성장을 위해 개방을 가속화하고 효율을 추구하면서 자칫 농업이 희생양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또 농지거래 규제 완화 공약은 농지보전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쌀을 생산하는 요소라고만 논을 바라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 홍수 예방, 지하수 보충, 수질 및 공기 정화, 온도 조절, 토양 유실 방지…. 논의 경제적 효과를 수십 조로 계산해낸 학자도 있다. 여기에 국가 식량안보라는 특수성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위에 든 공약을 실천하려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주먹 내지르고 아우성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닐 텐데, 특급 로비스트와 막강한 뒷선을 동원하는 건 예사일 텐데 얼마나 농어업인한테 배정될지 걱정이다.

우리 농어업이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당선인과 새 정부, 그리고 농어업인이 모두 합심해 추구해야 할 과제다. 당당히 세계와 겨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체질로 거듭나지 않고서는 농어업의 장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임기를 마친 뒤 그 다음 대통령 당선인이 정해져서 또 대통령직 인수위가 가동될 무렵에는 "농어업이 기초체력은 다졌다. 이젠 펄펄 뛸 수 있는 강한 체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라는 얘기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이상훈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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