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민 輿望 잊은 한나라당 공천 갈등

한나라당의 총선 공천 갈등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공천 시기다.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회동 때 서로 다른 회합내용을 발표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양측의 설전과 논전으로 비화되면서 '피해의식' 대 '피해망상'의 비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측은 앉아서 당할 수 없다며 집단행동까지 거론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번 갈등을 요약하면 이명박 당선인 측에서는 2월 국회에서 정부 조직을 마무리 짓고 3월 초순에 공천을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근혜 측은 3월 공천이 상대를 억누르기 위한 밀실 사당화 기도로 보고 공천의 투명성과 엄격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속히 공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양측의 논리를 들어보면 모두 수긍이 가는 내용이다. 새 정부의 안정적 출범을 위해 정부조직법이나 각료 청문회 등을 선 처리하고 후 공천하자는 당선인 측의 논리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 대의로 따지면 국정의 안정이 당의 공천에 우선되는 게 사실이다. 반면 국정안정과 정당정치가 병립되어야 한다는 박근혜 측의 주장도 틀린 게 없다.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공천, 심도 있는 공천을 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긍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한 가지 빠트리고 있는 게 있다. 바로 국민이다. 털어놓고 말하자면 공천은 정치세력 간의 생명을 건 밥그릇 다툼이다. 국민들은 새 정부 출범도 전에 이런 구태가 연출되는 것 자체를 못마땅히 여기고 있다. 정치투쟁은 당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할 일이니 국민들에게 험한 꼴 보이지 말라는 주문이다.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는 국정의 동반자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사태 조정에 나서야 한다. 국민을 먼저 섬긴다는 자세라면 이런 다툼으로 새해 정국을 어지럽힐 수 없다. 국민 대의에 충실하면서 정치적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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