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왜 비쌀까/ 피로시카 도시 지음·김정근·조이한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시장의 법칙은 단순하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그 반대라면 가격이 내려간다. 이 단순도식은 미술시장에서도 일정 부분 유효하다. 작가가 작고해 더 이상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대개 그림값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최근 국내 미술시장의 활황세 속에서 일종의 사재기 광풍으로 일부 작가 작품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렇다면, 작품만 전하는 인상주의와 고전이 된 현대 작품의 가치는 당대 미술 작품 가치보다 커야 한다.
그러나 2005년 상황은 달라졌다. 세계 경매시장에서 처음으로 후자의 총경매가가 전자의 총경매가를 넘어섰다. 오늘날의 미술가들, 바로 살아 있는 작가들이 스타가 돼 버린 것이다. 일반 재화 시장에서도 여러 가지 외부 요인으로 인해 비합리적인 가격이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왜 이럴까? 전혀 아름답지도 않고 미술사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가도 아닌 것 같은 작품이 저렇게 비싼 이유는 뭘까? 지은이는 미술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을 미술사에서 찾아낸 다양한 예와 함께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풀어낸다.
'예술은 어떻게 돈이 되고 화가는 어떻게 상품이 되는지' 살피고 '그림의 가격을 좌우하는 미술 시장의 비밀과 미술 작품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로 매우 설득적으로 제시한다. 지은이는 이를 근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로 '과대 포장(Hype)'이라는 단어가 점점 더 자주 쓰이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미술가는 작품을 생산하고, 화상은 그것을 시장에 내놓고, 비평가는 그것을 유명하게 하고, 미술관은 작품에 고상함과 성스러움을 부여해야 하며, 수집가는 그에 맞는 가격을 지급'하는 미술 시장 작동 기본 원리가 움직이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집가와 화상이다. 미술품 거래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작품을 사고파는 가운데 가격을 결정하고 미술 시장에 자본을 유입시키며, 어느 작품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핵심 세력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의도는 그리 깨끗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예술 지원활동인 메세나 운동을 언급하면서 빠지지 않는 피렌체의 메디치가도 예술지원이 순수한 목적만은 아니었다. 15세기 피렌체에서 은행업으로 모은 재산 위에 권력을 세운 이들은 이자 수입으로 부를 축적하면서 동시에 죄를 씻어야만 했다. 공화국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은이는 "르네상스의 토대를 구축한 미술가들을 지원한 그의 후원 행위는 사업 감각과 권력 본능, 신에 대한 외경이 혼합된 형태"라고 단정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거물 컬렉터 찰스 사치가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한 yBa 작가를 띄우면서 취한 행동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그림을 판매하다 좋은 그림과 저질 그림을 판단하는 역할을 맡게 된 화상들도 이제는 '예술의 수호자'가 아니다. 자신이 점찍은 화가의 작품을 사서 소장해 이를 계획적으로 '육성'한다. 전시회를 열어 비평가의 손을 움직이고, 수집가들에게는 그림을 사도록 부추긴다. 이를 통해 작가와 그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이 주업무가 됐다.
미술 작품을 둘러싼 이러한 메커니즘은 예술 작품에 대한 기준을 위협하고 있다. 그 기준이란 '예술 작품은 내적 필연성에서 생겨나야 하고, 눈만이 아니라 영혼과 이성에도 호소해야 하며, 그 미래 전망으로 인류를 풍요롭게 해야만 한다.'는 아르투로 슈바르츠가 제시한 예술 작품에 대한 세 가지 요구를 말한다.
현실적으로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소유욕 내지 탐욕'이 지고지순한 예술품의 값을 움직이는 요인이지만 이런 요구 사항은 계속 존속해야 한다. "진정한 미술품은 미술에 들어 있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들썩였던 한국 미술시장에 휘둘려 (큰 이득을 취했든 손해를 봤든) 값진 경험을 했던 초보 컬렉터들이라면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릴 내용이다. 320쪽. 1만3천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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