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교통 현주소' 다른 도시와 비교해보니…

'작은 배려'가 '큰 차이' 만든다

최근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다녀온 이정환(32·중구 남산동) 씨는 부산지하철이 "대구지하철과 많은 차이가 났다."고 했다. 부산지하철 안내방송에는 외국인을 위해 다양한 외국어 안내가 나왔고, 지하철 승강장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도 기분을 좋게 했다. 이 씨는 "부산이 국제화 마인드나 친절 서비스에서 대구보다 훨씬 앞선다는 것을 지하철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지하철 등 대구의 대중교통이 시민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선 작은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획일적인 교통카드, 무미건조한 지하철 승강장, 서비스 부재 등에서 벗어나 작지만 감동을 줄 수 있는 각종 배려와 친절로 시민들을 대중교통 이용자로 불러모아야 한다는 것.

◆자전거, 책, 음악 등 갖가지 아이디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지난해 10월 서울·인천·부산·대구·대전·광주 등 6곳의 지하철 운영기관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서비스부문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한 광주지하철은 지하철 승객 자전거 무료 대여 및 1역사 1특색 사업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호선인 광주지하철은 13개 역 중 8곳에 협찬받은 무료 자전거 100여 대를 비치해 시민들이 신분증만 맡기면 무료로 빌려 주고 있다. 또 '문화지하철 구현'을 목표로 문화전당역에는 '5·18홍보관', 금남로5가역에는 '추억의 영화거리', 금남로4가역에는 '매트로갤러리' 등 역마다 특색있는 문화공간을 마련해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김송희 광주도시철도공사 홍보 담당은 "역사마다 이색적인 공간을 두고 있으며 작은 역은 공연장, 소품점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하철도 지난해 4월부터 양심자전거 270대를 역사에 비치해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부산지하철은 2004년부터 전 역사에 클래식 음악을 방송, 승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하철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지하철 자살 방지 효과도 있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2004년 18건이나 발생했던 자살사고가 2005년 15건, 2006년 12건, 지난해 10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클래식 음악 방송, 외국어 안내 방송 등은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시민 반응은 아주 좋다."고 했다.

◆사용 쉬운 부산교통카드

대구의 액세서리용 대경교통카드 모양이 획일적인 반면 부산은 하트, 키티 인형 모양에다 광안대교 등 부산의 랜드마크까지 그려넣어 카드 종류가 수십 가지에 이른다. 김장규 부산마이비카드 홍보담당은 "젊은 여성, 청소년들에게 호응을 얻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액세서리 카드를 내놓고 있다."며 "분기별로 5개 이상씩 새로 디자인하고 있는데 기술적인 어려움도 별로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부산에서는 교통카드 구입도 자유롭다. 특히 액세서리용의 경우 대구에서는 대구은행 창구에서만 구입할 수 있지만 부산은 1·2·3호선 90개 지하철역 중 60곳에 자동판매기가 충전소 옆에 설치돼 있어 손쉽게 구입, 충전이 가능하다.

◆외국인 위한 안내방송

서울지하철은 승강장과 지하철 전동차에서 한국어, 영어 안내방송이 나온다. 사고 및 연착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즉석으로 영어 안내방송까지 내보낸다. 부산지하철도 승강장에서의 지하철 역사 안내를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 순으로 방송하고 있다. 녹음 비용 외에는 별다른 추가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대구지하철 관계자는 "자살방지 음악은 지하철 개통 초기부터 실시하고 있지만 안내방송과 겹쳐 잘 들리지 않는다는 민원이 있어 역장의 재량에 맡겼다."며 "다른 도시의 서비스 중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자체 아이디어도 개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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