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동 요리' 공부가 맛있어요

아이들과 음식 만들며 수학·과학상식 문답풀이

아동요리지도자 김시현 씨가 아이들과 함께 초콜릿 퐁듀를 만들고 있다.
아동요리지도자 김시현 씨가 아이들과 함께 초콜릿 퐁듀를 만들고 있다.

"얘들아, 오늘은 무엇을 만들어볼까? 맞춰보세요. 나는 누구일까요?"

3일 오후, 키즈 쿠킹스쿨에서 김시현(34·한국아동요리지도자협회 교육위원장)·김유선(34) 선생님과 6명의 아이들은 초콜릿 퐁듀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말쑥하게 두른 아이들은 진지하게 선생님 이야기를 경청하며 요리의 재료를 맞히고 있었다.

"나는 달콤해요.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충치 벌레가 생길지도 몰라요. 갈색도 있지만 흰색과 분홍옷도 입어요." 김시현 씨의 설명이 계속되자 '아이스크림, 사탕, 초콜릿' 등 여러 가지 대답이 나왔다. 김 씨는 곧바로 정답을 제시해 주기보다 여러 가지 유도 질문을 통해 '초콜릿'이라는 정답을 이끌어냈다.

다음은 요리 도구를 나눠주는 시간. 플라스틱 도마를 나눠주자 아이들은 저마다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승아(7)는 "선생님, 얼음 같아요."라고 외쳤고, 서빈(5)이는 "네모난 모양이 사진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도마 하나를 두고도 갖가지 상상이 펼쳐졌다.

아동요리지도자인 김 씨는 "'아동요리를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는 것'쯤으로 쉽게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한다. 요리가 아이들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교육 과목이라는 것. 간단한 요리 하나도 아이들과 교감을 통해 수학·과학·국어 등 여러 개념을 풀어낼 수 있다.

본격적인 '초콜릿 퐁듀' 만들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과 선생님은 초콜릿이 고체에서 액체로 변해가는 것을 관찰했다. "민재야, 초콜릿을 넣고 저어봐. 딱딱했는데 부드럽게 변했지? 민재가 한번 저어볼래?" 아이들은 초콜릿을 먹고 떠들면서도 초콜릿의 변화가 신기한 듯 들여다봤다.

다음은 초콜릿을 찍어 먹을 식빵을 자를 차례. 김 씨는 식빵을 자르면서 도형의 개념을 설명했다. "여기 식빵은 네모예요. 왜 네모라는 이름일까요? 막대기 네 개가 만나서 바로 네모예요. 네모의 다른 이름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사각이예요. 각이 네 개이기 때문이죠."

질문은 도형 이름에서 시작해서 수의 개념, 모양의 변화, 나누기 등으로 확장됐다. 아이들은 제법 진지하게 경청했다. 다음은 과일을 자를 차례. "선생님은 키위가 미끌거려요. 여러분은 어떤지 만져보세요. 승아야, 키위 안에 뭐가 들어있지?" 재료가 되는 키위·딸기·바나나의 촉감과 색에 대한 관찰이 이어졌다.

"자, 이제 먹고 싶은 것을 초콜릿에 찍어 먹을 거예요. 선생님은 세모를 먼저 먹을 거야. 접시에서 세모를 찾아보세요." 이렇듯 요리 과정은 선생님과 아이들의 재미있는 대화가 주를 이루었다. 아이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엔 장난치느라 정신없던 아이들이 질문이 계속되자 다소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대답들을 쏟아놓았다. 이나경(7) 어린이는 "친구들이랑 같이 요리를 하니까 더 재미있다."고 좋아했고 처음엔 별 관심없던 민재(7)도 곧 요리에 집중했다.

김 씨는 "요리는 겨울방학을 맞아 집에서 엄마와 할 수 있는 좋은 공부"라고 강조했다. "요리는 미술활동의 일환으로, 창의력과 사회성 등을 배울 수 있어요. 엄마의 재량에 따라 수학·과학·국어 등으로 개념을 확장시킬 수도 있고요." 김 씨는 아이의 연령과 수준에 맞게 프로그램을 선정할 것을 제안했다.

"3세쯤 아동에겐 탐색 기회를 주는 것이 좋아요. 신맛·짠맛·단맛 등 여러 가지 맛을 경험해보는 것이죠. 4세엔 패턴 연습이 좋아요. 꼬치에 여러 가지 과일을 꽂으면서 패턴을 바꿔보는 거예요. 6, 7세가 되면 요리 과정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등 한층 심화된 설명을 할 수 있어요."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요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빨리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전제를 버린다면 재미있는 대화는 물론 학습까지 챙길 수 있는 추억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아이들과 요리할때 주의점

아이들과 요리를 할 때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요리의 결과보다는 요리 과정에서 질문을 통해 아이들에게 사고의 기회를 확장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하게 준다. 적어도 5~10초는 기다린다. 답이 없으면 힌트를 주거나 비슷한 문제를 예시해 반응을 유도한다.

② 아이들의 대답이 어떤 것이든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럴 듯 한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등의 말로 반응한다.

③ 너무 빨리 여러 가지 질문은 하지 않는다.

④ 아이의 질문이나 반응에 귀기울인다.

⑤ 아이가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격려한다. 엉뚱한 질문을 한다고 해서 면박을 주기보다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고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요리)

◆ 재료: 초콜릿, 생크림 또는 연유, 식빵, 키위, 바나나, 딸기 또는 방울토마토. 퐁듀용 조리 기구, 양초.

◆ 만드는 과정

1. 재료(식빵 및 과일)를 삼각형, 사각형, 원, 반원 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른다.

2. 초콜릿을 잘게 썰어 중탕으로 녹인다.

3. 녹인 초콜릿에 여러 가지 모양의 재료를 찍어 먹으면 된다.

◆ 질문

-식빵은 무슨 모양이니? 반으로 자르면 어떤 모양이 될까?

- 단단한 초콜릿을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만들 수 있을까?

(과학요리)

◆ 재료: 밀가루 300g, 베이킹파우더 15g, 버터180g, 설탕200g, 달걀4개, 우유30g, 짤주머니, 체, 머핀컵.

◆ 만드는 과정

1.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내린다.

2. 실온 상태의 버터를 부드럽게 믹싱한다.

3. 버터에 설탕과 계란을 조금씩 넣으면서 섞는다.

4. 체친 밀가루를 가볍게 섞는다.

5. 반죽이 부드럽게 되었으면 짤주머니에 넣는다.

6. 케익컵에 반죽을 반정도 짜 넣는다.

7. 머핀케익을 예열된 오븐(180°)에서 15분간 굽는다.

◆ 질문

- 밀가루를 체에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반죽을 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구운 후 반죽이 왜 부풀었을까?

(국어요리)

◆ 재료: 튀김기 또는 프라이팬, 체, 도넛 가루 500g, 계란1개, 물 (1/2 컵)

◆ 만드는 과정

1. 도넛 가루 500g, 계란1개, 물(1/2컵)로 반죽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모양을 만든다.

2. 기름이 180도까지 달궈지면 도넛을 갈색이 될 때까지 튀겨준다.

3. 도넛을 넓은 체에 두고 기름기가 빠질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 질문

- 우리, 어떤 모양의 도넛을 만들어 볼까?

- 도넛 이름을 붙여보자. 누구를 위해 만든 건지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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