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첫 무죄율 0%' 곽상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치밀한 과학수사 범인 꼼짝못해…권위상징 명패 없애 국민 섬기기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요즘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래 그동안 2만 건이 넘는 형사사건을 기소, 재판에 넘겼지만 지금까지의 무죄 선고율은 0%. 운동경기로 치자면 2만 2천621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는 것. 그렇다고 '걸면 걸린다.'는 식의 강압수사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영상녹화, 전화진술 녹음 등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동원하고, 적극적이고 치밀한 수사 등 소속 검사들과 직원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개청 1년 만에 이러한 성과를 이룬 대구지검 서부지청의 곽상도(49·사시25회·사진) 지청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검찰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문턱을 낮춰 진정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검찰상을 확립하겠습니다." 지난해 3월 초대 지청장으로 부임한 곽상도 지청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곽 지청장은 그동안 이러한 자신의 다짐을 지켜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부임 초기부터 검찰의 상징과도 같던 철제 의자와 검찰명패를 과감히 없애버렸습니다. 국민을 섬기는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러한 곽 지청장의 의지는 형식에 그치지 않았다. 전 검사실에 전화 통화 녹음장치를 설치, 경미한 사건의 경우 관계인을 소환하여 조서를 받는 대신 전화로 필요한 사항을 문의하고 녹화해 소환조사를 줄이는 방법으로 주민불편을 최소화했다. 조사과정에서 단골 시빗거리인 인권시비와 부적절한 수사관행은 5개의 영상녹화 조사실을 설치, 조사 전 과정을 영상녹화하여 원천 차단했다.

수사와 관련 없는 부분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민원실, 여성, 아동조사실, 대기실, 변호인 접견실을 갖추고 청사 곳곳에 미술품을 설치하고 화장실에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도록 했다. 330석 규모의 대회의실을 지역 주민들이 결혼식장, 행사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의 과학화와 선진화에도 앞장섰다. "흔히 검찰은 지금까지 타자기에서 컴퓨터로 조서를 작성하는 것밖에 변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만 우리청은 각종 첨단 시설을 업무에 도입하여 검찰내 변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부지청에는 유달리 '전국 최초'가 많다. 전화진술녹음제를 전국 최초로 수사에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고 수사기록에 바코드를 붙여서 관리하는 전파식별장치(RFID) 등 첨단기술을 청사내 각종 업무에 활용하는 것도 서부지청만의 자랑거리다.

이런 안팎의 노력들은 고스란히 결실로 되돌아왔다. '수사가 미진하다.'는 피해자들의 불평은 물론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피의자들의 불만도 숙졌다. 지금껏 무죄 선고율이 0%라는 검찰 내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곽 지청장 개인으로서도 얼마 전 검찰업무 특수유공으로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국민을 위해 행사돼야 하며 검찰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명정대한 검찰권 행사야말로 검찰의 의무이자 지역주민에 대한 보답입니다."

'투명한 검찰수사야말로 검찰의 존재이유'라고 말하는 곽 지청장은 다가오는 총선과 관련, "국가적 중대사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 출신인 곽 지청장은 대건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거쳐 사시 25회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수원지검 특수부장,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대구지검 공안부장 등을 거치면서 청구그룹 비리 사건, 인천 세도(稅盜)사건,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및 용인 난개발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한 검찰내 특수통이다. 특히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 당시 소매치기 74명을 검거, 역대 검찰 최고 단속실적을 갖고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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