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날개를 달자] ③대구를 의료관광산업 메카로

병원+호텔+레저 '특화 상품'으로 외화 번다

2003년 3월 싱가포르의 래플즈병원에서 한국인 샴쌍둥이 분리 수술이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이 뉴스는 상품과 금융서비스만이 아니라 의료서비스도 국경이 없는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국내에서는 의료관광산업 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건강도시'를 선언한 대구시도 의료관광산업 육성에 뛰어들면서 '의료관광의 메카, 대구'에 대한 희망을 그리고 있다.

◆왜 의료관광산업인가?

의료관광은 의료서비스와 휴양 및 여가 등 관광활동이 결합한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성장잠재력도 높다. 의료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투입/산출) 비율은 48.7%로 제조업(27.4%)보다 훨씬 높다. 정부는 물론 대구, 서울, 부산 등이 의료관광산업에 눈을 돌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싱가포르, 태국, 인도 등 세계 여러 국가와 도시들이 산업구조를 굴뚝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의료관광을 주요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동근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의료관광은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호텔, 여행, 요식업 등 다른 서비스업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전후방연관효과가 큰 산업"이라고 말했다. 의료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6.3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 12.2명보다 높아 다른 업종에 비해 고용유발 효과도 크다.

국내 의료서비스는 경쟁력이 있다. 대한의학회는 국내 의료수준이 미국의 76%, 일본의 85%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병원비는 미국, 일본에 비해 적게는 10~30%, 많게는 절반 수준이다. 특히 대구는 모발이식, 성형외과 및 치과 영역, 위암수술과 조혈모세포와 신장 등 각종 이식수술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관호 영남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대구는 지방도시 가운데 의과대학 등 의료 인프라가 가장 풍부한 편이며, 의료기술 대비 가격경쟁력도 있다."며 "암수술, 장기이식, 심장수술, 골수이식 등 중증질환에 대한 지역의 의료기술과 관광상품을 잘 연계하면 대구가 동북아의 의료관광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선 정부와 지자체

의료관광산업 육성이란 말이 나오기 전부터 국내 일부 의료기관들은 개별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었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자료(2006년)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 수는 연간 1만 2천여 명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의료관광을 산업화해서 '파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뛰어든 서울시는 지난해 2월 고급건강검진을 주로 하는 서울대병원강남센터와 의료관광활성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기관은 패키지상품 개발, 교포 대상 마케팅, 홍보, 의료기관 영어교육 및 통역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부산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해 5월 발족한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를 중심으로 병원협회, 언론사, 여행사, 대학들이 함께 외국인 환자 유치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3월 민·관협의체인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를 만들었다.

◆대구시의 전략은?

대구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의료관광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성과로 1월 중에 제1호 단체의료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구미의 대기업을 방문하는 해외바이어들을 '대구 헬스투어'에 유치하는 것.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의료관광에 참여할 1차 사업자를 모집했다. 경북대병원 모발센터, 영남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건강검진),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한방 등 23개 의료기관과 8개 여행사가 신청했다. 시와 의료기관들은 모발이식 등 경쟁력 있는 의료관광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 해외 교포 및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부유층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올해 중 국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의료관광전담 코디네이터도 육성한다. 중구에 들어설 호텔 안에 성형외과, 치과, 한의원, 약초체험실 등을 갖춘 호스피텔(호텔 내 병원)을 유치할 계획이다. 특히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의료관광에 적극 연계시켜 장기적으로 호텔, 병원, 레저, 관광센터 등을 한자리에 모은 테마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고 미국의 MD앤더슨병원(암 센터로 유명) 등 외국 유명병원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의료관광 도시, 대구'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국내 의료관광산업은 이제 시작단계여서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고 관련 연구나 통계조차 부족하다. 환자 유치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과 비자의 간소화, 보험 적용 및 의료사고 문제 등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가 내놓은 의료관광정책은 자칫 '시정 홍보용'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지적도 있다. 관광도시로서의 인지도가 낮고 서울보다 의료 인프라가 약한 대구가 얼마나 많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울시 지정 의료관광여행사인 (주)코앤씨 김용진 대표는 "솔직히 대구는 서울보다 도시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데다 의료관광 인프라가 열악하다."며 "대구가 의료관광을 활성화하려면 '타깃마켓'(표적시장)을 대구공항 취항 국가와 도시로 삼고, 대구시와 의료기관들은 당장의 성과보다 씨앗을 뿌린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을 대구로 불러들일 만한 특화된 '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박민규 대구경북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른 국가나 도시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특화된 분야가 있어야 한다."며 "이미 국내외에 인지도가 높은 모발이식분야와 함께 외국인을 위한 성형이나 치과는 물론 양·한방 협진 서비스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김미경 대구가톨릭대 교수(관광학)는 "의료관광정책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세워져야 한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원하는 의료관광 상품과 적절한 가격 등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 정덕수 대구시 건강산업TF팀장

"대구가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한다는 데 대해 처음에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죠. 그렇지만 작은 것부터 실행하고 분위기를 키워나가면 '의료관광 도시, 대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덕수(49) 대구시 건강산업TF팀장은 지난 10월부터 의료관광 육성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가 거의 없고, 국회도서관의 논문까지 뒤적였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교수, 여행사 대표, 의사, 연구원 등 지금까지 만난 사람만 해도 50여 명. 각종 논문은 물론 지난해 3월에 나왔던 연구용역 보고서와 11월에 개최한 포럼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참고해 '의료관광 활성화 추진계획'을 만들었다.

"대구가 갖고 있는 의료관광의 강점을 찾아 상품으로 만들고 홍보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모발이식, 건강검진, 간단한 성형수술, 치아미백 시술, 한방치료 등은 경쟁력이 있습니다."

지식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의료관광산업 육성에 있어서 '호재'라는 것이 정 팀장의 설명. 외국의 유명병원을 유치하고 첨단복합의료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가 계획을 세운 단계라면 올해는 의료관광전담코디네이터 육성, 국제홈페이지 구축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적은 규모라도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는 '의료관광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의료기관의 협조와 노력이 절실하다. 그는 "의료관광사업의 주체는 의료기관인데 아직까지 대부분 의료기관들은 사업 추진에 소극적"이라며 "의료기관들이 이 사업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단기적인 성과(관광객 유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 팀장은 "조만간 의료기관과 여행사로 구성된 '대구시 의료관광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라며 "협의체가 구성되면 대구시는 의료관광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실제 의료관광 사업은 민간 협의체가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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