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슈퍼 슈퍼마켓' 곳곳 점령…동네슈퍼는 담뱃가게 전락

대형소매점 틈새시장으로…노점마저 줄어들어

"담배 파는 것이 매출의 대부분이에요. 가게가 잘 안 돼 점포를 내놨는데 밖에 붙은 거 못 봤어요?"

대구 달서구 월성동. 이곳에서 10년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이모(50·여) 씨는 허탈한 한숨만 내쉬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하루 150만 원 정도의 매출은 너끈했지만 이곳 주변에 대형소매점이 들어선 2001년 이후부터 매출이 점점 떨어져 지금은 60만 원대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 그나마 담배판매량이 많아 50만 원 정도는 담배 매출액.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석 달 전엔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슈퍼 슈퍼마켓(Super-Super Market)'까지 생기면서 이 씨는 결국 점포를 내놓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올 들어 '슈퍼 슈퍼마켓'이 속속 들어서면서 동네 영세상인들이 몰락하고 있다. 대형소매점들이 규제가 많은 대형소매점의 몸집을 줄이는 대신 판매방식은 그대로 가져온 슈퍼 슈퍼마켓을 앞다퉈 문을 열자 동네 가게들이 아우성이다. 특히 슈퍼 슈퍼마켓들은 가격에 관계없이 배달까지 해주면서 주변 영세상인 영역을 잠식하다 보니 동네 가게는 담뱃가게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달서구 본동의 한 슈퍼 슈퍼마켓. 이곳 주변 사방 100m 내엔 소규모 슈퍼마켓을 찾기 힘들다. 편의점 몇 곳을 제외하고는 아파트에 딸린 상가 슈퍼마켓 하나가 전부. 가격 불문, 반경 1km까지는 소형 승합차를 이용해 배달해주는 슈퍼 슈퍼마켓이 편의점, 대형소매점의 빈틈을 공략하면서 동네 슈퍼마켓은 물론 노점까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월성동의 한 슈퍼 슈퍼마켓은 일대 채소와 과일 노점상을 거의 멸종시켰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노점들도 겨우 옷가지를 파는 정도.

최근 대구에 들어선 슈퍼 슈퍼마켓은 모두 8곳. 각종 규제와 견제에서 자유롭고 개점도 쉬운데다 소비자들도 동네 가까운 곳에서 싸고 다양한 물건을 접할 수 있다며 반기고 있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대형소매점들의 신규 부지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대형소매점에 비해 거점 확보가 쉽고 개점 비용이 대형소매점의 10% 정도에 불과, 슈퍼 슈퍼마켓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슈퍼 슈퍼마켓의 경우 대형소매점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해야 하는 것과 달리 등록 절차마저 없어 건물만 확보하면 영업이 가능하고 교통영향평가나 어떤 규제도 없다.

이에 따라 동네 가게 등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슈퍼 슈퍼마켓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지만 행정기관은 대형소매점과 관련한 규제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측면에서 본다면 고용창출의 효과 등이 기대되는 슈퍼 슈퍼마켓도 중요하고 재래시장도 중요하다."며 "현재 법령 등으로는 슈퍼 슈퍼마켓을 규제할 근거는 없지만 재래시장이나 동네 가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슈퍼 슈퍼마켓(SSM: Super-Supermarket)이란? 대형 슈퍼마켓으로도 불리며 대형소매점과 동네 슈퍼마켓의 중간 크기의 식료품 중심 유통 매장으로 대형소매점이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는 소규모 틈새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SSM은 대형소매점에 비해 부지 면적이 작은 장점을 이용, 소규모 상권에도 입지가 가능해 최근 들어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점 형태로 속속 들어서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