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자의 사상 '逍·遙·流'를 작품으로

하원, 영상설치전 19일까지

하원 작
하원 작 'A Drop of Sky'

노자의 도가사상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이룩한 장자의 사상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나비의 꿈'(胡蝶之夢)으로 알려진 인식에 대한 철저한 상대성은 '이미지의 시대'인 현대에 더욱 가치를 발하고 있다. 철학은 물론 문학에서도, 노래나 영화 등의 대중문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취급되며 재생산될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런 장자의 사상은 미술계에서도 끊임없이 화두가 됐다.

갤러리 분도에서 19일까지 열리는 영상설치전 '逍·遙·流'(거닐다·아득하다·흘러가다)의 작품도 장자의 상대적 인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 하원이 주목한 것은 물의 흐름(流)이다. 한곳에 머무르지도,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지도 않는 '유동적인 연속체'인 물은 장자의 속성과 똑 닮았다. 시시각각 끊임없이 변하지만 우리의 인식에는 '강물' 내지 '바닷물'이라는 하나의 '고정체'이기 때문이다.

하원의 이러한 관심은 이번 전시에서 영상장치와 사진을 이용한 설치 작업으로 나타난다. 흰 조약돌 무더기 위로 '장자'(莊子)의 내편에 나오는 '逍遙遊'(소요유) 구절이 천천히 흘러간다. 이 공간은 바로 하원을 감동시키는 물의 흐름의 무대인 강바닥에 다름없다. 그 위로 여유롭게 흘러가는 장자가 1천 년 훨씬 이전에 설파한 내용은 전시장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관람객을 '호접몽'의 상태로 안내한다.

전시 기획자 박소영 씨는 "이 작품은 디지털 영상을 통해 명상과 관조의 세계를 추구하는 하원의 예술세계를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부서지는 파도의 물거품을 포착한 사진을 여러 개의 이미지로 분할한 후 금속재질의 거울표면 위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미지가 분할됐지만 시각적 효과를 통해 파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장자를 해석한 또 다른 영상 작품도 장자의 사상에 끊임없이 빠져드는 작가 하원의 작품세계를 엿보게 한다. 053)426-5615.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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