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 작심삼일의 생활화

많은 학부모들이 방학은 남보다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그 점에 동의하며 열심히 공부하려고 굳게 결심하며 자신을 다잡는다. 그러나 방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부모 자식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처음의 결심은 오간 데 없고 나태한 생활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심이 굳지 않아 사흘을 못 가는 경우를 가리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한다. 스스로의 결심을 지속적으로 지키고 실천해 나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옛날 사람들이 현대인들보다 의지가 강하고 한 번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더 잘 끌고 가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핏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옛날에는 결심한 바를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다른 길로 유혹하는 요인들이 오늘날보다 적었기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생명체란 단백질의 존재 양식이고, 환경과 일체를 이룬다.'는 F.엥겔스의 말을 생각해 본다. 세상 모든 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충만해 있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현대는 단 하루도 자신의 생각대로 살기가 어렵다. 주변 환경이 매순간 그들을 궤도에서 벗어나도록 유혹한다. 집에서는 TV와 컴퓨터, 집 밖에서도 오락실을 비롯한 온갖 것들이 그들을 유혹한다.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까지도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MP3를 비롯한 각양각색의 시청각 장치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들의 눈과 귀를 유혹하여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의지의 박약이나 실천력의 결여를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생활 습관과 단일한 목적을 향하여 일정 기간 극도로 단순해질 수 있는 집중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실현할 수 있었다. 폭발적인 집중력, 꾸준한 실천력은 습관의 산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결국은 우리 자신이 된다.'라고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운동선수는 거듭되는 반복 훈련으로 원하는 자세를 근육이 기억하게 만든다. 보통 사람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작심삼일은 나쁜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한 번의 결심이 3일 지속된다는 것은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꺼번에 너무 큰 욕심을 내지 말고 한번 결심한 사항을 우선 3일간만이라도 실천해 보자. 그리고 3일째 되는 날 다시 새롭게 결의를 다져보자. 일주일에 두 번씩만 작심(作心)하도록 노력해보자. 새해 벽두부터 너무 욕심을 내지 말자.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운 후 반드시 실행하여 성취감을 가슴 속에 누적시키는 훈련을 하자. 작심삼일을 생활화하면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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