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술] 한양大 2008학년도 수시2-1 인문 논술

인문 사회적 사고+교과 연계 통합형 출제

▶수시 2-1 인문 논술 개관

한양대학교는 2007년 10월 20일과 21일에 21세기 한양인 전형 수시2-1 논술고사를 실시하였다. 수시 2학기 전형에서는 논술의 비중이 50%를 차지하여 학생부 40%나 서류 10%의 다른 전형 요소보다 입시 결과에 매우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2008학년도 한양대학교 논술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통글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논술고사에서 인문 사회적인 사고와 교과 간의 연계를 중시하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로 그 틀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즉 2007학년도까지는 3개의 제시문을 주고 하나의 물음을 던지는 형태였으나 2008학년도부터는 제시문의 수는 비슷하나 문제를 세분화시켜 묻고 있다. 분량에 있어서도 2007학년도 수시나 정시에서는 1천600자에서 1천700자 정도의 전통적인 통글을 요구했으나 2008학년도 논술부터는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450자에서 1천 자까지 문제에 따라 다르게 요구하고 있다. 시간은 기존의 150분에서 180분으로 30분 늘어났으며 배점은 20점, 30점, 50점으로 구분되어 있다.

수시 2-1 인문계 논술에서는 서양 문명의 진행 방향과 이에 대한 학생의 비판적 관점을 묻고 있다. 서양 문명의 발전과 환경오염의 문제를 연관지어 '오염부담금제'의 타당성을 논술하라는 대목에서 출제자의 의도가 이미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3문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 문제들은 완전히 독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한 관계 속에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제시문과 문제는 한양대학교 홈페이지 www.hanyang.ac.kr 내 입학종합정보-기출문제 코너에서 볼 수 있다.)

▶수시 2-1 인문 논술 분석

[문제 1] 제시문 는 서양 문명이 추구해 온 바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서양 문명의 진행 방향을 ① ~ ④에서 하나씩 유추하여 약술하시오. (450~500자, 30점)

논술고사 문제에는 출제자가 요구하는 바가 이미 물음 속에 드러나 있다. 밑줄 친 부분을 잘 살펴보면 제시문의 내용이 무엇인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무엇을 써야 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제시문 는 서로 다른 4개의 글을 엮어 놓고 있는데 4개 모두가 서양 문명이 추구하는 바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각각의 글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 내용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제시문 의 ①은 Alcor라는 회사의 홈페이지(www.alcor.org)에서 인용한 것으로 유한한 인간이 '냉동 보존술'이라는 과학 기술의 힘을 이용하여 현재의 의학 기술로 치유할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화'라는 보존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신체 전 영역에서 생화학적 변형을 최소화하여 완전한 회복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②는 마거릿 버트하임의 '공간의 역사'에서 인용한 것으로 사이버스페이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시간은 물론 공간 세계로의 무한한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가 정보 수집은 물론 사회적 상호 교류와 의사소통, 더 나아가 자아를 위한 새로운 영역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③은 에릭 솔로서의 '패스트푸드의 왕국'에서 인용한 것으로 맥도널드의 경영 방식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원가를 줄이고 판매 규모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공장 조립 라인의 원리를 적용했다는 내용이다. 종업원에게 한 가지 일만 가르치려 했고 재료의 획일화를 시도했다. 인간의 존재 의미보다는 인간이 기계에 예속되는 문제가 있다. ④는 F.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에 대하여'에서 인용한 것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고결한 명예는 지식에 대한 지배권의 획득에 있다는 내용이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정당하고도 합법적인 지배권의 획득을 신의 신성한 통치에까지 비유하고 있다. 지식을 통해 인간이 가장 열망하는 불멸성과 영원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시문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놓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 120자 내외로 글을 다듬어 나가면 별 무리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문제를 분리해서 보면 안 된다는 점이다. 즉 [문제 3]의 내용과 긴밀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제시문 를 염두에 두고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결국 제시문 의 내용이 제시문 에 의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만이 출제자의 의도에 어긋나지 않게 된다.

[문제 2] 문명의 발전과 함께 환경 문제의 심각성도 더해지고 있다. 이에 대처하는 한 방법이 오염 물질의 배출 정도에 따라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오염부담금제'이다. 의 예에서 오염부담금제의 경제적 근거를 유추하여 이 제도가 왜 타당성을 갖는지 논술하시오. (450~500자, 20점)

제시문 는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의 '외부 불경제'의 개념을 활용하여 지문을 직접 만든 것이다. 먼저 제시된 자료를 정확히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제시된 표를 근거로 하여 오염부담금제의 경제적 근거를 설명해 나가면 될 것이다. 주어진 표는 축산업자와 양식업자의 이윤 관계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나타내고 있다. '오염부담금제'는 오염 물질의 배출 정도에 따라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양식업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축산업자는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6단위의 소를 사육할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4단위의 소를 사육해야 한다. 만약 오염부담금제가 없다면 축산업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양식업자가 피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6단위의 소를 사육할 것이다. 이를 합리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 오염부담금제가 필요한 것이다. 즉 6단위의 소를 기르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난다면 오염부담금을 지불하고 무리하게 6단위의 소를 사육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염부담금이 적절하게 정해지면 그 부담금으로 환경을 정화시키는 노력을 통해서 양식업자는 물론 강물 오염의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사회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합일점을 찾기 위해서라도 오염부담금제는 필요한 것이다.

[문제 3] 제시문 는 서양 문명에 대한 어떤 가치 판단을 담고 있다. 그 견해를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 나타난 서양 문명의 진행 방향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 (900~1천 자, 50점)

제시문 는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에서 인용한 것이다. 문제에서는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 의 견해 요약과 제시문 에 대한 비판적 논술이다. 이 문제는 [문제 1]과 연관되어 있다. [문제 1]에서 각각의 글에 대한 내용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문제를 꼼꼼하게 읽어 보고 서로 관련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분량이 1천 자 정도이므로 요약에 150에서 200자, 비판적 논술에 800자 내외로 정리하면 될 것이다.

제시문 는 한마디로 서양 문명에 대하여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라다크 사람들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자연 순환의 일부로 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자신이 주변인이 아니라 세상의 중심에 있다고 여기며 살고 있다. 그렇기에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다. 서구의 엘리트들에 의해 시행되어 온 개발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획일적인 하나의 문화로 축소시키고 있지만 라다크 사람들은 현대 사회와는 다른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고 있다.

제시문 는 4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내용이 제시문 의 ①~④에 그대로 대응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앞에서 요약한 내용을 근거로 하여 제시문 의 생각을 하나씩 비판해 나가면 된다.

과학 기술을 이용한 인간의 생명 보존과 라타크 사람들의 자연 순응적인 생사관, 사이버스페이스 세계에서의 정체성 문제와 세상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는 라다크 사람들, 현대 사회에서의 획일적 요소, 효율성 및 기계에의 예속 문제와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 속에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 지식에 대한 지배권의 획득과 구체적 생태계나 문화와 연결된 삶을 각각 대조하여 살피고 서술해 나가면 된다.

▶마무리

한양대학교는 논술고사에서 기본적 학습능력, 창의력, 문제의 합리적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다양한 제시문을 통하여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해석을 지향하고 있다. 교과서 글이 직접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교과과정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것은 분명하다. 이번 제시문은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의 '시장과 경제 활동', 법과 사회의 '사회생활과 법', 한국근현대사의 '사회 변화와 사회 문제', 사회문화의 '인간과 문화 현상의 이해', 세계사의 '20세기 사회와 문화', 정치의 '국제 사회와 정치', 세계지리의 '세계의 과제' 등과 관련지을 수 있다.

결국 최고의 논술대비법은 교과서의 차례를 세밀히 보면서 교과간의 연계성을 스스로 따져 보는 것이다. 교과서의 차례를 보면서 논술의 주제로 적절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 논술을 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욱(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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