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일흔에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니 정신이 아득하더구먼. 나 하나 세상 등지면 안 편하겠나 하는 생각도 하루에 12번도 더 들고…."
청도군수 재선거 금품살포 의혹과 관련, 경찰의 소환수사 우선 대상지역인 청도군 화양읍 일대. 상당수 주민들이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이미 1, 2차례 경찰 조사를 받고 몸서리를 치고 있다. 주민 P씨(71)도 그 중의 한 사람. 집은 반듯하고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주인의 심경을 비춰주듯 거실에서는 온기 한 점 느껴지지 않았다.
"선거캠프에 몸담고 있는 조카를 조금 도와준다는 것이 그만…."
그는 대화 도중 전화벨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랐다. 지난 연말과 일요일인 6일 두 번이나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는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됐다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 "내 돈으로 이웃한테 돈을 돌렸다."는 부분까지 인정한 P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웃이 잘못될까 하는 점이다. 특히 논밭도 없이 어렵게 사는 처지의 이웃이 받게 될 경제적 부담감에 대한 걱정, 오래 알고 지내온 이웃에게 폐를 끼친다는 자괴감 등이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고 힘없이 말했다.
"전과자를 만들거나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간에 모든 원망이 나한테 돌아올 걸 생각하니 너무 힘들어. 옆 동네서 음독한 두 사람은 양심이 고운 사람들이지. 그 심정을 알 것도 같아."
P씨의 이웃들은 지난 2005년 여름 췌장암 수술도 거뜬히 이겨낸 그가 요즘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을 보고 걱정이 태산이다. 한 주민(68)은 "청도 군민이라는 게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제3, 제4의 음독사고는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침울해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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