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정부, 교육이 바뀐다] ①경쟁으로 정상화한다-초·중등교육

학교별 수준 이제부턴 '성적순'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올 하반기부터 초·중·고등학교 학력평가 대상을 확대 실시하고, 결과를 지역 학교별로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 지역별·학력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올 하반기부터 초·중·고등학교 학력평가 대상을 확대 실시하고, 결과를 지역 학교별로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 지역별·학력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해 들어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빠른 지난 2일, 교육인적자원부의 보고를 받았다. 이는 교육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 현재 논란이 뜨거운 대학입시 제도 개편의 가닥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평등에 치중해온 지난 10년의 정책들과 가장 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위주로 진행돼온 교육 정책을 철폐하고 경쟁과 자율, 다양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워 고교 평준화 이후 수십 년 동안 유지돼온 교육의 기본 틀을 바꾸려 하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현장은 어떻게 달라질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1. 경쟁으로 정상화한다-초·중등교육

지난해 12월 3·4일 매일신문에 대구지역 고교들의 수능과 모의평가 성적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자 대구 교육계는 발칵 뒤집혔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별로 격차가 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망연자실해했다. 고교는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상위권 학교에는 동문들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인근의 중학생 학부모들까지 전화가 쏟아졌지만, 하위권 학교는 학력 향상 대책을 만들고 이를 홍보할 방안을 찾느라 전 교직원에 비상이 걸렸다. 한 차례의 공개가 금세 학교 현장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대구시 교육청과 일부 교원단체는 본지에 자료가 유출된 경위를 파악하고 공개의 부적절함을 알리는 데만 관심을 쏟았지만, 이제는 그들 역시 현장의 변화에 동참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수위원회가 가장 먼저 내놓은 정책이 전국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별로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시행되나

현재는 교육과정평가원이 매년 10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중 3~5%를 표본으로 뽑아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결과는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 지역 등으로 구분해 평균 점수만 공개된다. 지역 간 학력격차를 파악하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다. 서상현 대구교육과학연구원 연구사는 "성취도 평가는 비교 자료로 의미가 극히 낮아 학교들이 수업 결손만 생긴다며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인수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평가 대상을 특정 학년 전체로 확대하고 결과를 학교별로 모두 공개한 뒤 전체 학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개할 내용은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 전년 대비 성취수준 향상 정도, 교과목별 학생의 성취수준 등의 학교별 결과다. 이렇게 되면 지역별·학교별 학력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예상되는 변화들

학교 간 학력 격차가 드러나면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선호 학교와 기피 학교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학력이 낮은 학교에 학생, 학부모들의 질책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우수한 지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교는 학력 향상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구 수성구라고 해서 다 공부를 잘하는 학교라는 인식도 깨질 수밖에 없다. 서 연구사는 "학생들의 입학 성적과 학년별 성적, 졸업 성적을 세부적으로 비교하면 수성구 내에도 다른 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정보 공개는 학력에 대한 학교의 책임성을 높이는 동기가 된다. 교사들에 대한 평가와 책임 부여 역시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학교들이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하고 노력하면 공교육의 수준과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인수위의 논리다.

이동석 영신고 교감은 "현재 학교 내 경쟁이 거의 사라지면서 학생들을 학원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어 학교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정권 초기에 강하게 밀어붙여야 학교별 성적 공개를 통한 경쟁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간 학력 격차가 공개되면 대입 3불정책 중 고교등급제는 자연스럽게 폐지된다. 대학입시가 자율화하면 대학들은 이런 격차와 서열을 입시에 반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뒤따라야 할 조치들

학력평가 결과 공개는 격차를 드러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줄이는 데 정책의 방점이 찍힌다. 때문에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는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인수위는 주장한다. 취약 지역과 학교에 더 많은 재정 지원을 하고 유능한 교사들을 배치하면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인수위는 "교육 격차의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결과를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성과가 부진한 곳은 원인을 진단해 대처방안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이 우수 학교를 선호하는 만큼 교사들 역시 우수 학교 근무를 선호한다. 소상호 대구시교육청 평가 담당 장학사는 "성적이 나쁜 지역에서는 더 노력하는 계기도 되겠지만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도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선호 학교든 기피 학교든 우수 교사를 원하는 건 마찬가지여서 교원 인사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인센티브 제도를 검토하는 동시에 성과가 떨어지는 교원들에 대한 연수 확대 등의 대책도 필요한 것.

격차 공개에서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대다. 선택권을 전면 보장할 수는 없지만 무작위 추첨 배정은 엄청난 저항을 불러올 게 분명하다. 서울의 경우 2010년부터 중3 학생이 고교에 진학할 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대구는 현재 학교별 모집 정원의 40% 범위에서 선지원할 수 있지만 당장 이를 확대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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