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한국영화 여성들에게 맡겨달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무방비도시,뜨거운 것이 좋아

올해는 새해부터 스크린 속 여풍이 거세다. 주인공과 감독, 제작자 대표까지 모두 여자로 구성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우리 시대 여성들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고민을 담은 '뜨거운 것이 좋아', 손예진과 김해숙의 연기변신이 돋보이는 '무방비도시' 등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에도 여성을 내세운 영화는 많았다.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톱스타 송혜교의 '황진이',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정려원의 스크린 데뷔작 '두 얼굴의 여친', 연말에 개봉한 CF 스타 김태희의 '싸움' 등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스타급 여배우를 내세웠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는 것이 극장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10월 정승혜 대표, 김미정 감독, 박진희 등 여성이 중심이 된 영화 '궁녀'가 200만 명을 넘기면서 침체기 속에서 선전했고 1일 개봉한 '기다리다 미쳐'는 군대 간 남자친구와의 사랑과 고민을 20대 초반 여자들의 시선으로 구성해 첫 주 40만 명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1월 여성 파워를 앞세워 개봉하는 영화들은 침체된 한국영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개봉하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여섯 명의 여자 주인공과 감독, 제작사 대표까지 여자가 맡은 영화다. 말 그대로 '여자에 의한' 영화인 셈. 이 영화는 아줌마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들의 휴먼드라마이자 스포츠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핸드볼협회는 2004 아테네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 감독으로 일본 실업팀 감독이자 전 국가대표 김혜경(김정은)을 불러들인다. 혜경은 전력 강화를 위해 소속 팀 해체 뒤 대형마트에서 생계를 잇고 있는 라이벌 미숙(문소리)을 비롯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노장 선수들을 하나 둘 불러모은다. 하지만 팀 내에선 신·구 선수들의 불화가 일어나고, 협회는 선수들과의 불화와 여자라는 점을 문제 삼아 혜경을 감독대행에서 경질시키고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 안승필(엄태웅)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한다. 혜경은 감독이 아닌 선수로 복귀해 명예 회복에 나선다. 하지만 승필은 유럽식 훈련 방식을 무리하게 도입해 한국형 핸드볼이 몸에 익은 노장 선수들과 갈등을 겪는다. 이 영화는 갈등을 겪던 핸드볼 팀이 화합을 통해 강한 팀으로 거듭난다는 스토리로 이어진다.

이 영화를 위해 주인공들은 수개월간 핸드볼 연습에 몰두해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등 여성 연기자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같은 날 개봉하는 '무방비도시'는 손예진의 변신에 큰 기대를 걸게 하는 영화다. 청순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관능미 넘치는 소매치기로 변신한다.

광역수사대의 베테랑 형사 조대영(김명민)은 야쿠자와 연계된 기업형 소매치기 사건을 전담하게 된다.

한편 화려한 외모와 신기에 가까운 손기술을 자랑하는 국제적인 기업형 소매치기 조직의 리더 백장미(손예진). 그녀는 얼마 전 출소한 전설적인 소매치기의 대모 강만옥(김해숙)을 영입, 조직을 확장하려 하지만 은퇴를 결심한 만옥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소매치기 조직의 동태 파악을 위해 잠복 중이던 대영은 우연히 라이벌 소매치기 조직에게 쫓기던 장미를 구해주게 되고,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의 매력에 끌리게 된다. 영화에서 손예진은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가진 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는 평이다.

17일 개봉하는 '뜨거운 것이 좋아'는 10대, 20대, 40대 여인의 삶을 담은 여성 영화로, 이미숙, 김민희, 안소희가 주연을 맡아 각기 다른 나이의 여성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10대 고등학생 강애(안소희)는 3년째 열애 중인 남친 호재(김범)와의 스킨십 때문에 고민이 많고 그녀의 엄마인 영미(이미숙)는 잘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도 사랑도 뜨겁게 즐길 줄 아는 41세의 화려한 싱글맘으로 등장한다. 영미의 동생 아미(김민희)는 27세의 고민을 보여준다. 시나리오 작가인 아미는 시나리오를 1년째 붙들고 있지만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남자친구 역시 가진 게 없는 20대인 것은 마찬가지. 각 세대별 여성들의 고민을 축약시켜 보여준다.

31일 개봉하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할리우드 진출에 나선 전지현이 오랜만에 한국영화에 복귀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호흡을 맞추는 전지현은 휴먼다큐를 찍는 방송프로듀서로 분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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