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고 했다. 길을 만들고 바깥 세계와 함께 호흡한 나라는 흥했던 반면, 성을 쌓고 외부와 단절된 나라는 쇠망의 길로 들어섰다. 길은 외부 세계와 소통·협력하고, 사람과 상품, 그리고 정보를 실어 나름으로써 국가와 지역의 부가가치와 부를 창출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200만도 채 되지 않은 인구로 100배가 넘는 규모의 타민족을 150년 이상 지배하고 유럽까지 진출하여 영향을 끼친 몽골 제국과,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페르시아만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총 8만㎞의 도로를 건설하고 대제국을 건설한 로마는 뭍길(육로) 개척의 승리자였다. 영국이 '유니온 잭에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여 물길(해상로)을 열었기 때문이다.
변화를 갈망하는 온 국민의 기대 속에 다음달이면 이명박 정부가 새로이 출범한다. 경제살리기 공약을 내걸고 실용을 중시하는 새 정부에 거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새 정부의 여러 공약 중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다. 한반도 대운하와 동남권 신공항이 건설되면 바야흐로 우리 지역에 물길과 하늘길이 새롭게 열리게 된다.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유치와 지식경제자유구역 지정이라는 경사에 이어 우리 지역에 찾아든 또 하나의 반가운 朗報(낭보)가 아닐 수 없다.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육상교통의 중심지다. 경부고속국도를 비롯하여 모두 7개에 달하는 고속국도가 관통하고 있고, 2004년에 개통된 고속철도(KTX)는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단축시켰으며, 다른 어느 지역보다 대구 시민들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와 철도 등의 육로만으로는 내륙 도시의 입지적 열세를 극복할 수 없다.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바다로 향한 물길과 세계 각지로 연결되는 하늘길을 반드시 열어야 한다. 세계 각국의 대도시를 둘러봐도 풍요롭고 잘 사는 도시들은 하나같이 외부와 통하는 물길과 하늘길을 개척한 열린 도시들이다.
중국은 2002년 대운하건설을 위한 '南水北調(남수북조)'를 선언하고 베이징과 항저우 간의 징항(京杭)운하의 수로를 넓히는 등 한반도 길이의 5배가 넘는 5천㎞에 달하는 대수로를 건설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인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영남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낙동강 수운의 물길이 끊어진지 한 세기 만에 다시 트이게 된다. 대운하 건설은 한반도 구석구석을 세계와 연결하는 동시에, 낙동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우리 대구경북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늘길을 열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예로는, 이웃 일본의 3대 도시 나고야를 들 수 있다. 수도 도쿄와 제2의 도시 오사카의 중간에 낀 항구도시 나고야는 허브공항인 주부(中部)국제공항 개항으로 세계를 향한 하늘길을 열고나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신칸센의 개통으로 인한 빨대효과(straw effect)에 의해 도쿄와 오사카로 사람과 자원이 빠져나가 쇠락의 위기를 맞았지만, 시장과 공무원을 비롯한 전 시민이 도요타 본사를 유치하고 새로운 국제공항을 건설하여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나섬으로써 경제적 기틀을 탄탄히 다졌다.
동남권 신국제공항의 건설이 실현되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연간 243만 명에 이르는 영남권 사람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지역의 개방화와 국제화를 더욱 촉진하게 될 것이다.
새롭게 열릴 물길과 하늘길은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대운 상승의 기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길이 발전과 번영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새롭게 난 길에 무엇을 실어 나르고 어떻게 이용하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지역을 잇는 길은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이어야 하며,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 새 길을 따라 기업과 인재들이 모여들고, 부가가치가 높고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각지로 내보내는 한편, 세계를 향해 정보를 발신하는 허브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대구경북 지역민들도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열린 사고로 지구촌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다. 새롭게 열리는 물길과 하늘길이 지역 발전의 기회와 축복이 되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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