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건설시장 변화?…외지 대형업체 독주 무너져

주택 경기 침체의 영향에다 신정부 출범에 따른 건설 시장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대구·경북 지역 건설 시장의 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주택 부문의 경우 한동안 지역 공급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일부 역외 대형 업체들의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있는데다 지역 업체들도 사업 규모 축소에 나서면서 뚜렷한 '시장 선점' 업체가 사라지고 있다.

또 신정부 출범의 영향으로 경부 대운하를 비롯한 SOC 부문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건설 시장 무게 중심 자체가 주택에서 일반 건설 부문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분양에 발 빼는 역외 대형 건설사

지난 2002년 이후 주택 시장이 호황기를 누리던 2006년까지 대구 지역 신규 분양 시장은 줄곧 역외 대형 업체들의 잔치였다. 그러나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해를 기점으로 변화가 발생했다.

2천800가구를 분양한 화성산업이 대구 지역 주택 공급 실적에서 1위를 차지한 것. 2위는 삼성물산(2천 가구), 3위는 대림(1천700가구)이었으며 주택공사와 대우건설이 뒤를 이었다. 지난 2006년에는 롯데건설(3천462가구)이 1위를 (주)신일(2천200가구), 동일(1천300가구)이 2, 3위를 차지했으며 화성산업은 6위에 그쳤다.

지난해 화성이 1위를 삼성과 대림이 2,3위를 차지한 것은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송현주공과 성당주공을 시공한 영향으로 조합원 계약분을 뺀 일반 분양 물량만 따지면 사실상 공급 실적은 30~50%씩 줄게 된다.

또 지역 전체 분양 물량의 경우 1만 가구로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2개 단지씩을 분양한 화성과 삼성을 빼고는 대구에서 분양한 14개 업체 모두 1개 단지씩을 분양하는데 그쳐 2006년과 비교하면 공급 수위 업체의 분양 단지 수나 규모가 대폭 줄었다.

사실상 지역 주택 시장에서 '절대 강자'가 사라진 셈이다.

건설사들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분양 물량이 3만 가구에 이르고 있지만 90% 이상이 지난 2006년 이전 수주 계약을 체결한 단지며 대형 역외 업체 중 지난해 대구 지역에서 신규 아파트 물량을 수주한 업체는 2~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구에서 해마다 2천 가구 이상을 분양해온 A 시공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 업체들이 지방 시장에 진출한 배경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규제로 수도권 공급 물량이 30~40% 정도 줄어든 영향이 크다."며 "대구 지역의 경우 미분양 여파로 적자 사업장이 속출하면서 대다수 시공사들이 지난해 이후 신규 수주를 중단한 상태며 지사도 폐쇄하거나 축소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정부 출범으로 수도권 주택 공급과 대형 공공사업 발주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지난해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당분간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규로 분양 물량을 수주하는 업체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본사 이전과 구조조정 나선 지역업체들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지역 건설사들도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법정관리 졸업 이후 두 차례 M&A 과정을 거친 청구는 지난 연말 본사 인력의 90%를 서울로 옮기면서 사실상 '대구 시대'를 마감했으며 또 다른 M&A 업체인 영남과 우방의 경우도 수주 및 영업 등 핵심 인력들을 최근 서울로 재배치했다.

'토종 업체'들도 생존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한동안 업체별로 2~3개 단지 이상을 분양해왔던 지역 업체의 경우 화성을 빼고는 대다수 업체가 1개 단지 분양 또는 분양 계획이 전무한 상태며 이에 따라 일부 업체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에 이미 나섰으며 당분간 수주 물량은 BTL(민간자본유치) 사업과 관급 공사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역업체들은 신정부 출범 이후 시작될 대구, 경북 지역의 대형 공공사업 참여 여부가 향후 생존과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협회 대구지회 정화섭 부장은 "경부 대운하를 비롯해 혁신도시, 경부고속철 정비 및 테크노폴리스 조성 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이 많지만 지역 업체들의 경우 역외 대형 업체들에 비해 규모 및 영업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물량 수주가 만만치 않다."며 "수주 능력 배양과 함께 중앙 정부 및 시·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건설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부 대운하 공사의 경우 추산 직접 건설비만 15조 원에 이르고 있지만 차기 정부가 수익형 민간 투자 산업(BTO)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짜고 있어 화성산업 정도를 빼고는 자금 여력이나 시공능력 순위가 떨어지는 지역 업체들의 참여가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지역 건설사 한 임원은 "앞으로 지역 건설시장은 IMF 못지 않게 빠르게 환경이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개발 소외 지역이었던 대구·경북에서 대규모 공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경영 전략에 따라 업체별 부침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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